“민주당 정권이 또다시 들어서니 문재인정부 시절처럼 집값이 폭등하지 않을까요?”
“부동산 정책 실패 경험이 있으니 이번엔 무작정 규제만 퍼붓지 않겠죠.”
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도래하며 부동산 시장 향방을 두고 투자자 관심이 뜨겁다. 과거 노무현, 문재인정부 시절처럼 부동산 규제를 강화해 집값이 다시 폭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주택 공급 활성화로 시장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이재명 시대 부동산 투자 어떻게 해야 할까.

부동산 공약 들여다보니
정비사업 규제 푼다지만 재초환 유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부동산 공약을 살펴보면 일단 주택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서울 노후 도심 용적률을 높이고 분담금을 낮춰 재개발, 재건축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수도권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재정비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4기 신도시를 새로 건설하기로 했다. 다만 주택 유형을 보면 민간주택보다는 공공분양, 임대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췄다. 노후 공공청사와 유휴 국공유지를 복합개발해 공공주택 물량을 대거 확보할 계획이다. 우체국이나 주민센터를 새로 지을 때 건물 상층부에 임대주택도 짓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청년층 주거 관련해 “청년 맞춤형 공공분양과 고품질 공공임대를 대폭 늘려 주거 불안을 덜겠다”며 “무주택 청년 가구의 월세 지원 대상을 넓히고, 월세 세액공제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세제 관련해서는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그는 서울 강남, 서초 유세에서 “앞으로 민주당 부동산 정책은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해 가격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을 늘려 적정 가격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시장을 존중해 누르면 누를수록 올라오는 이상한 현상은 유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을 정리해보면 주택 공급 확대, 정비사업 규제 완화로 요약된다. 역대 진보 정권이 각종 부동산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로 집값 안정에 실패한 만큼 더 이상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기대만큼 집값 안정에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더라도 민간분양을 활성화하기보다는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포함시켜 사업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가뜩이나 건설 경기 침체, 공사비 상승으로 정비사업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공공기여에 임대주택 비중을 늘릴 경우 재건축, 재개발 사업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강조했지만 정작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강행하겠다는 점도 변수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 1인당 평균 8000만원 이상 개발이익을 얻으면, 정부가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재건축 사업성이 악화돼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손을 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유지되는 데다 공사비 인상 여파로 서울 도심 재건축, 재개발이 지연되면 수급 불균형이 심화돼 집값이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주택자 세금 강화할 듯
내년 5월 양도세 중과 가능성
세금 정책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세금 규제를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지만 시장 관측은 다르다. 중산층이나 1주택자 대상 세금은 그대로 두더라도 민주당 정책 기조상 다주택자 세금은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것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다. 기획재정부는 다주택자가 2년 이상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에서 배제하는 기한을 내년 5월 9일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현행 세법은 다주택자가 부동산을 양도할 때 기본세율(6~45%)에 20~30%포인트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새 정부가 내년 5월엔 양도세 중과 배제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다주택자는 거액의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정책을 펼칠 경우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 임대차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도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정부는 2020년 당시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시행했다. 공시가격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보유세 부담이 늘었다. 이를 두고 본 윤석열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유보한 상태다.
하지만 이재명정부는 민주당 정책 기조에 발맞춰 고가주택 보유자 세금을 늘리기 위해 공시가격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공시가격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다주택자들은 양도세뿐 아니라 보유세 폭탄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를 시행하기로 해 대출 문턱을 높였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조이는 제도다. 새 정부는 투기 수요 억제, 집값 안정을 위해 이보다 더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펼칠 것이란 관측이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인기 지역 집값이 폭등할 경우 다주택자와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한 대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낮출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출 수요가 꺾이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29일 기준금리를 기존 2.75%에서 2.5%로 0.25%포인트 낮췄다. 지난해 10월 이후 네 번째, 올 들어서만 두 번째 인하다. 시중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를 두 차례 더 내려 연말에는 2%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부담이 줄어들면 더 늦기 전에 내집마련하려는 실수요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든 지역이 수혜를 입을지는 미지수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서울 외곽 지역은 아파트 매수 문의가 증가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 3단계 대출 규제 여파로 회복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수요 기반이 약한 지역은 금리 인하만으로는 집값이 반등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한편에서는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가 주장한 국토보유세가 머지않아 신설될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펼칠 경우 세수가 부족해 고가주택, 토지 보유자들이 세수 확보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보유세란 토지를 보유한 만큼 세금을 내는 구조로 주택이 아닌 토지에 대한 과세를 기본으로 한다. 전국의 토지 소유자에게 국토보유세를 걷어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는 “국토보유세가 불평등한 경제 구조를 타파할 핵심 해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록 이번 대선에서는 국토보유세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고가,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부담시킨 후 국민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추진될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세제를 정리하지 않고 국토보유세를 도입하면 이중과세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서울 도심 등 인기 지역 부동산 가격은 치솟고 지방은 급락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동산 투자 전략 어떻게 짤까
稅 부담 줄이려면 ‘똘똘한 한 채’로
향후 부동산 투자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다주택자의 경우 세금 부담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똘똘한 한 채’를 놔두고 비인기 주택은 매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한목소리다. 한태욱 전 동양미래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재명정부는 서민이나 임차인 중심 부동산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며 “윤석열정부 시절보다 불리한 상황에 처하는 다주택자는 주택 매도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거주 목적 1주택자는 서둘러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용산구), 용산구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갈아타기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가 시행됐음에도 최근 몇 년 새 이들 지역에서 아파트 신고가 기록이 쏟아진 것을 주택 시장은 이미 학습한 상태다. 이재명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갑자기 해제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갭투자가 아닐 경우 이들 지역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경우 당장은 갭투자가 막혀 일시적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되겠지만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수록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다만 강남권이나 용산 아파트 가격 부담이 크다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마포, 성동, 광진, 강동 등 한강벨트 역세권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도 요령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대장 단지로 손꼽히는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최근 22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상대적으로 매수 부담이 적은 구축 아파트도 점차 들썩이는 중이다. 한강벨트에 위치한 서울 광진구 ‘자양우성7차’ 전용 59㎡ 매매가는 올 3월 10억8500만원에서 5월 11억3500만원으로 뛰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수도권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1주택자의 경우 서울에 인접한 1기 신도시나 서울 한강벨트 역세권 단지로 갈아타기하는 전략이 필요해보인다”고 진단했다.
무주택자는 수도권 신도시 공공분양 청약 물량을 노려볼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공분양을 대거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신도시 공공분양 물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분양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주택청약종합저축이나 청약저축에 가입된 가구주를 포함해 가구원 모두가 무주택자여야 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대신 실거주 의무(3년)와 전매제한(당첨일 기준 3년), 재당첨 제한 10년 등이 적용된다.
다만 일반공급 수요자들이 실제로 청약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물량은 전체의 약 20%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70%는 청약통장 납입액(공고일 기준) 순으로, 30%는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발한다. 지난 2월 공급한 3기 신도시 고양 창릉지구 전용 59㎡ 주택형 당첨 최저 납입액은 2265만원이었다. 인기 단지일수록 이 당첨 하한선이 높아질 여지가 크다.
청약저축 납입액이 적은 예비 청약자는 거주자우선공급 물량을 노려볼 만하다. 대규모 택지의 경우 전체 물량의 50%를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는 수도권 거주자에게 분양한다.
청약 예상 시점까지 기간이 넉넉히 남았다면 해당 지역으로 전입해 거주 기간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자격만 갖췄다면 일반공급 대신 다자녀, 노부모부양,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물량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청약 가점이 낮은 20~30대 신혼부부는 청약 횟수를 최대한 늘리는 전략을 써볼 만하다. 신혼부부는 각자 특별·일반공급에 청약할 수 있다. 남편과 아내가 A블록에 특별공급과 일반공급을 각각 청약 접수하거나 남편이 A블록, 아내가 B블록 특별공급·일반공급을 접수하는 식으로 최대 4회까지 청약하면 당첨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
단 지방 아파트 청약은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4월 기준 2만6422가구로 2013년 8월(2만6453가구) 이후 11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대부분이 지방 물량이다. 이재명정부가 지방 건설 경기 활성화 정책을 내놓더라도 공급이 워낙 많아 당분간 미분양 감소가 어려운 만큼 청약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3호 (2025.06.09~2025.06.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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