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상용화되면 글로벌 금융 지형에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회는 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찾아오기 마련이다. 본격적인 스테이블코인 확대 논의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요즘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급성장이 기대되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투자처는 어디일까.

디지털 자산 부흥기 도래한다
‘칩’으로 실물 결제…시장 유동성↑
스테이블코인 대중화로 가장 관심받는 투자처는 역시나 디지털 자산(코인) 시장이다. 스테이블코인에 자체 투자 유인은 물론 없다. 스테이블코인 가치는 달러 같은 기초자산에 언제나 일대일로 연동한다. 가격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투자 차익을 노릴 수 없다.
단, 코인 시장 전체에 온기가 돌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으로 들어오고 결제·예금 등 일상 속 수요가 다변화될 경우 코인 투자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진다.
유동성 증가에 따른 투자 활성화가 기대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코인 거래에 쓰이는 기축통화다. 한국 코인 거래소는 원화 결제가 가능하지만, 대부분 국가에서는 코인을 사고파는 데 있어 스테이블코인이라는 ‘화폐’가 쓰인다. 비유하자면 ‘카지노 칩’ 같은 역할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일상 속으로 들어오면 국민은 카지노 칩으로 결제를 하고 예금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평소 코인 투자에 관심이 없던 이라고 해도 시장에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된다. 법정 화폐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면서 코인 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유동성이 늘어날 요인은 더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업에 관심이 쏠리면서 빅테크와 대형 투자 은행 등 기관이 보유한 막대한 자본이 코인 시장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이 상원 최종 심의 단계에 돌입했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자 라이선스 취득과 100% 준비금 확보, 공시 의무 등 내용이 담긴 법안이다.
규제법이 통과되면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에서 인정한 화폐로 그 위상이 급등한다. 미국뿐 아니라 여타 국가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과 법안 마련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그간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둘러쌌던 법·제도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기관 자금이 대거 유입될 수 있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도 ‘믿고 투자할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된다. 최근 비트코인 신고점 돌파도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통과와 무관하지 않다.

주목할 만한 알트코인은
레이어1·오라클·디파이 직접 수혜
스테이블코인 대중화를 앞두고 주목받는 알트코인도 많다. 투자 심리 개선이나 유동성 확대 같은 간접 효과가 아니라, 해당 코인 수요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과정에서 직접 수혜가 예상되는 코인이다.
먼저, 코인 인프라로 불리는 ‘레이어1 코인’ 관심이 뜨겁다. 스테이블코인도 ‘코인’이다. 여타 코인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생성되고 또 유통된다. 여기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레이어1 코인이다. 코인 생태계 기초 토대가 되는 코인이다.
이더리움이 대표적이다. 이더리움은 ‘스테이블코인 프로토콜’로 불릴 만큼 없어서는 안 될 코인이다. 현재 가장 많은 스테이블코인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통해 발행·유통된다. 글로벌 디파이(De-fi·잠깐용어 참조) 모니터링 플랫폼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6월 4일 현재 기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전체에서 이더리움을 통해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 전체 50.1%에 달한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2747억달러 중 1238억달러가 이더리움 발행량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총 1·2위인 테더(USDT)와 USDC 중 상당수가 이더리움에 기반해 생성된 토큰이다.
이더리움에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늘어나면 이더리움 수요가 늘어난다. 스테이블코인은 거래 때마다 네트워크 사용 수수료인 ‘가스비’를 지불해야 한다. 거래량이 늘수록 가스비를 낼 때 사용하는 이더리움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연히 이더리움 수요와 가격 상승 압력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이더리움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는 또 있다. 상당수 스테이블코인이 이더리움을 담보로 잡고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총 3위인 다이(DAI)가 대표적이다. 메이커다오가 발행하는 다이는 이더리움을 담보로 한다. 실제 달러를 담보로 맡겨두고 발행하는 테더, 발행량만큼 미국 국채를 담보로 잡는 USDC와는 다른 방식이다. 다이 공급이 늘어나면 담보 자산으로 예치하는 이더리움 규모가 커지면서 수요가 덩달아 늘어난다.
트론·솔라나 같은 코인도 수혜가 예상된다. 현재 이더리움 뒤를 이어 트론(31.2%), 솔라나(4.5%), 바이낸스스마트체인(4.1%) 순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많다. 이더리움 수수료가 오르면서 보다 저렴한 대안 블록체인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중이다.
트론은 아시아권 테더 유통 대부분을 차지한다. 트론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99.1%가 테더다. 솔라나도 주목받는다. 2023년 9월 글로벌 결제 기업 비자는 솔라나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와 협업을 통해 해외 결제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USDC를 글로벌 결제망 정산 인프라에 도입한 것. 현재 솔라나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중 72%가 USDC다.
‘체인링크’도 스테이블코인 수혜주로 손꼽힌다. 체인링크는 이더리움·솔라나·트론처럼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인프라를 갖춘 건 아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유지에 필수적인 실시간 ‘시세 정보’를 여러 블록체인에 제공한다. 달러 시세, 금값 등 오프라인 데이터를 블록체인과 연결하는 서비스를 ‘오라클’이라고 하는데, 체인링크는 오라클 분야 선도 프로젝트로 꼽힌다. 체인링크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토큰 전송을 중개하기도 한다. 2023년 스위프트 국제은행망은 체인링크와 협력 관계를 맺고 다수의 스테이블코인과 CBDC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실험을 진행해오고 있다.
디파이 관련 코인도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스테이블코인은 디파이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 거래는 물론 예치·대출 등에도 스테이블코인이 쓰인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이 커지면 디파이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관련 코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에이브(AAVE), 리도(LIDO), 유니스왑(UNI) 같은 디파이 플랫폼 코인 수혜가 예상된다.
최근 코인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인 RWA(실물자산토큰·잠깐용어 참조)도 스테이블코인 성장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RWA는 ‘코인을 활용한 조각 투자’라고 이해하면 쉽다. 스테이블코인 상용화는 부동산·채권 같은 전통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거래할 때 진입장벽을 낮춘다. RWA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네트워크 역시 이더리움이다. RWA 전문 분석 플랫폼 RWA.xyz에 따르면 6월 4일 기준 RWA 총가치가 가장 큰 네트워크 1위는 이더리움(약 73억달러)이고 뒤를 이어 지케이싱크(ZKsync)가 약 22억달러로 2위, 스텔라루멘·앱토스·솔라나가 나란히 3·4·5위를 차지했다.

非코인 투자처는 어디?
거래소·발행사 주식…원자재도
코인 외에도 주목할 만한 투자처가 여럿이다.
‘코인 거래소’가 그중 하나다. 거래소 유동성을 공급하는 스테이블코인 성장으로 코인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수수료 수익 증가 등 수혜를 볼 수 있다.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코인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대표적이다. 실제 최근 주가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다. 지난 5월 5일 199.4달러였던 코인베이스 주가는 한 달 만인 6월 3일 258.9달러까지 뛰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주식에도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글로벌 시총 2위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이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하면서다. 상장을 추진 중인 서클은 6월 첫째 주 진행하는 IPO에서 3200만주를 공모할 계획이다. 조달 금액은 약 9억달러로 한화로 따지면 1조2500억원에 달한다.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정산 도입을 준비 중인 핀테크·결제 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체 스테이블코인 PYUSD 발행을 시작한 ‘페이팔’, 스테이블코인 결제망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는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이다. 스테이블코인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포착해 새로운 성장 발판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스테이블코인 기초자산이 되는 달러나 원자재 시장도 수혜가 기대된다. 달러와 미국 국채뿐 아니라 요즘에는 금·원유 등 실물 원자재 자산을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이 부상하면서 해당 자산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런던귀금속거래소(LBMA)에서 거래되는 금 1트로이온스(31.1g) 가격에 연동되는 ‘테더골드(XAUT)’ 시총은 올해 초 약 6억5000만달러에서 최근 8억3000만달러까지 커졌다. 테더골드와 같은 방식으로 가격이 설정되는 스테이블코인 ‘팍스골드(PAXG)’ 역시 같은 기간 시총이 5억2000만달러에서 8억1000만달러까지 증가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달러 패권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스테이블코인 담보 자산 다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큰 상황”이라며 “특히 안전자산인 금 스테이블코인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패권에 반대하는 국가 또는 자국 통화 신용도가 낮은 국가에서 달러 대안으로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통 은행주는 스테이블코인 성장에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디지털 달러 부상에 따른 예금 이탈 위험과 수수료 사업 축소 압박이 커지는 중이다. 최근 대형 은행이 너 나 할 것 없이 코인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도 여기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주요 대형 은행은 최근 공동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이다. 이 밖에도 코인 커스터디(잠깐용어 참조) 사업이나 토큰화 예금 같은 신사업을 통해 기회를 모색 중이다.
잠깐용어
*디파이(De-fI)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 금융(De- centralized Finance)을 뜻한다. 은행 같은 ‘중앙화 금융(Ce-fi)’과 달리, 중개인 통제 없이 이용자끼리 각종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 코인 담보 대출과 예치, 교환 거래, 마진 거래 등 블록체인을 활용한 파생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RWA(Real World Asset)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코인. 채권·부동산·금·미술품 같은 전통자산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토큰화하는 트렌드를 뜻한다. 조각 투자로 익숙한 ‘증권토큰(STO)’과 비슷하지만 증권(투자 계약)뿐 아니라 실제 자산을 토큰화한다는 점에서 더 넓은 범주다.
*커스터디(Custody) 금융자산을 대신 보관·관리해주는 서비스.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다루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은행·증권사 같은 전통 금융사가 제공해왔다. 투자자가 직접 자산을 관리할 필요가 없고 외부 도난과 사고 위험을 줄인다. 최근에는 전통 금융사는 물론 코인베이스나 업비트 같은 코인 거래소에서도 신사업으로 뛰어들었다.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3호 (2025.06.09~2025.06.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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