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철 한국선급 회장(사진)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고객 선사들이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 대응해 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6월 중 디지털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60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선급은 국제 협약과 선급 규칙에 따라 선박 심사를 시행하는 한국 유일의 국제 공인 선박검사기관이다. 한국 외항선의 95%가 한국선급에 등록돼 있다.
한국선급 고객들은 플랫폼을 통해 선박마다 맞춤형 친환경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 회장은 "같은 배라도 운항하는 항로, 남아 있는 수명 등에 따라 친환경 전환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며 "반드시 배를 새로 만들지 않더라도 다양한 에너지절감장치(ESD)를 활용해 친환경 전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연료효율이 높은 프로펠러로 교체하거나 공기윤활장치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선급은 IMO의 규제가 발표되기 전부터 국내 선사들을 상대로 친환경 컨설팅을 진행해왔다. 이 회장은 "대형 선사들은 기술팀이 있어 어느 정도 솔루션을 스스로 도출할 수 있는데 중소형 선사들은 힘들 수 있다"며 "연료유 가격 같은 디테일한 정보를 입력하면 친환경 전략을 대략 짜주는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선급의 플랫폼은 그동안 대형 선사들을 대상으로, 한 선사에 3~4명의 기술팀을 동원해 길게는 6개월간 컨설팅을 진행한 경험을 기반으로 구축됐다.
이 회장은 국내 선사들의 친환경 전환이 전 세계에 비해 많이 뒤처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선박의 25년 운항 기간 총 소요비용을 분석해보면, 처음 선박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1이라고 할 때 탄소세가 최소 6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탄소 비용이 선박의 경제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선사들이 뒤늦게 신조 발주 필요성을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에 따라 신조선 수요는 단기간에 폭증하고 선가는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선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선대 중 친환경 선박 비중은 5.9%에 불과하다.
이 회장은 "지금 국내 선사들은 최적의 선대 운영 전략을 빨리 수립하고, 신조 발주나 연료 효율성이 좋은 선박으로 교체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철 회장 △1958년 통영 출생 △한국해양대 항해학 학사 △1981년 조양상선 등 승선 (1등 항해사) △1988년 한국선급 입사 △2015년 한국선급 사업본부장 △2019년~ 한국선급 제24·25대 회장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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