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수천만원 웨딩 청구서, 황당하다”…‘극과 극’ 비용에도 소비자 정보는 깜깜이

한국소비자원 522곳 조사 ‘결혼 서비스 가격’ 첫 공개 깜깜이·고무줄가격 불만 크자 예비부부에 가이드라인 제공 가장 큰 비중 차지하는 식대 강남권은 8만5천원까지 올라 표준계약서 도입도 무용지물 기본계약에 옵션 넣어 부풀려

  • 곽은산,양세호
  • 기사입력:2025.05.29 06:55:27
  • 최종수정:2025.05.29 06:55:27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한국소비자원 522곳 조사
‘결혼 서비스 가격’ 첫 공개

깜깜이·고무줄가격 불만 크자
예비부부에 가이드라인 제공

가장 큰 비중 차지하는 식대
강남권은 8만5천원까지 올라
표준계약서 도입도 무용지물
기본계약에 옵션 넣어 부풀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 올가을 결혼식을 올리는 김 모씨(32)는 결혼식장을 예약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지만 ‘공식 가격표’를 좀처럼 구경할 수 없었다. 상당수 결혼식장 측은 일률적인 가격표 대신 ‘고무줄 가격’을 내밀었다. 월이나 요일 등에 따라 결혼식장 대관료와 식대 등을 합한 결혼식 비용이 거의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식이다.

김씨는 “9~10월 성수기인지, 토·일요일 등 주말인지에 따라 결혼식 비용이 2000만원에서 4000만원까지 차이가 크게 났다”며 “식대도 8월엔 1인당 5만원대였는데 9월에는 같은 메뉴가 9만원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불평을 털어놨다.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이 웨딩 업체와의 계약에서 여전히 불투명한 가격 정보와 제한된 선택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전히 웨딩 업계에서는 ‘깜깜이 계약’이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소비자원이 28일 처음으로 ‘결혼서비스 가격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고물줄 가격, 깜깜이 계약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에게 결혼 비용과 관련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사진설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결혼식을 치르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2101만원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이 3409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두 번째로 높은 곳인 서울 강남 외 지역의 2815만원과 600만원가량 차이가 났다. 가장 낮은 경상도는 1209만원으로 강남과 차이는 2.8배였다. 중간가격 기준으로는 평균 1555만원이었고, 서울 강남이 313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부산이 815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전국 14개 지역 소재 결혼식장(370곳)과 결혼 준비 대행 업체(152곳) 522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원이 업체를 찾아 결혼식장 및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 패키지 4월 금액 등을 파악해 결혼서비스 계약 금액을 추산했다.

사진설명

결혼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인 식대는 1인당 중간가격이 5만8000원이었다. 서울 강남이 8만5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4만4000원인 경상도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1인당 식대와 결혼식장이 요구하는 최소 보증 인원을 곱한 비용의 중간가격은 1183만원이었다. 서울 강남이 2200만원, 부산이 705만원으로 각각 최고가, 최저가로 나타났다. 결혼 준비 대행 업체와 제휴된 스드메의 기본 가격은 스튜디오 촬영이 135만원, 드레스(본식 1벌과 촬영 3벌)가 155만원, 메이크업(본식과 촬영)이 76만원이었다.

옵션 품목 중 가장 가격이 높은 건 결혼식 생화 꽃장식(225만원)이었다. 판매 비율이 높은 순으로는 본식 사진·영상(69.7%), 혼주 헤어(57%), 본식 사진(53.2%), 본식 사회자(47.3%), 부케(45.4%) 등이었다. 이른 시간에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을 때 발생하는 ‘얼리 스타트’의 경우 새벽 4~5시 이용할 경우 가격이 20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스드메 계약이 ‘깜깜이’로 진행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제정한 게 오히려 웨딩 업계의 가격 인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준계약서 도입으로 계약 후 업체가 제시하는 추가 옵션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업체들이 추가 옵션을 기본 계약 항목에 포함하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씨는 “이전까지는 선택할 수 있었던 ‘얼리 스타트’가 필수 항목으로 포함되면서 자연스레 가격이 10만원 가까이 늘었다”며 “정부가 예비 신혼부부를 생각해서 만든 제도를 핑계로 업체들이 오히려 가격을 올리니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간 공공예식장, 작은 결혼식 등을 내세워 고비용 결혼의 대안으로 추진해왔지만 낮은 활용률로 곳곳에서 운영이 중단됐다. 울산 중구가 2023년 마련한 작은 결혼식 프로그램은 신청자가 1명도 없어 폐지됐다. 인천은 2022년 작은 결혼식 지원 사업을 시작했지만 역시 신청자 부족으로 중단됐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가격을 상세히 알려주거나 가격이 적정한 업체의 경우 지자체에서 홍보해주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해 가격 경쟁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예식장의 경우 대관뿐만 아니라 촬영, 메이크업 등 처음부터 끝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과 연계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