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생명과학 분야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제31차 아시아·오세아니아 생화학 분자생물학 국제학술총회 (FAOBMB 2025)’가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막을 올렸다. 개막식에는 생화학분자생물학회 강봉균 회장(IBS/서울대)과 아시아·오세아니아 생화학분자생물학 연맹 김준 회장(한동대/고려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쉬트호프(Thomas C. Südhof)교수, RNA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 등 기조 연사를 포함해 30여 개국, 4000여 명의 국내외 연구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국제 총회의 주제는 ‘생명과학, 혁신의 물결이 밀려오다 (Revolution in Biomedical Science; RIBS)’로 오는 23일까지 3박 4일의 총회 기간 동안 생명과학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와 미래 기술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22일 오전 진행되는 이번 총회의 핵심 기조 강연에서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쉬트호프 교수가 ‘치매 정복의 실마리, 뇌의 장기 기억 회로에서 발견되다’를 주제로 최신 연구를 발표한다. 세계보건기구는 2050년에 전세계 치매환자수가 1억 39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치매 인구가 곧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건당국이 내다보고 있어쉬트호프 교수의 강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NA 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비암호화 RNA 및 RNA 조절 기전 연구에서 선도적 업적을 이뤄오고 있는 김빛내리 교수(서울대학교/IBS단장)는 바이러스와 RNA 치료제에서 배우는 RNA 안정성 조절이라는 주제로 RNA 생물학의 핵심 메커니즘을 조명하는 강연을 선보인다.
총회 개막에 앞서 17개국의 국내외 신진 70여 명의 연구자들이 젊은 과학자 프로그램 (Young Scientist Program; 5월18-20일)도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총회 기간 동안 10개 이상의 위성 심포지엄에선 세부 전공 분야 전문가들의 집중 토론이 진행된다. 한-호주, 한-필리핀, 한-중국, 한-일본 등 국제공동 연계 심포지움도 함께 열린다. 총회기간 동안 열리는 산업 전시회에는 최신 실험 장비와 기술 체험, 바이오 기업들의 전시 부스가 제공된다.
이번 국제학술총회 유치를 놓고 지난 2021년 한국과 홍콩 등 3여개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투표 결과 한국 부산이 최종 개최지로 선정됐다. 이번 국제 총회는 한국이 글로벌 생명과학 허브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강봉균 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장은 “이번 학술총회를 통하여 우리 학회의 국제적 위상을 더욱 높이고 생명과학 및 생화학 분야를 중심으로 학문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의생명 연구의 가능성을 모색해 가는 생명과학 혁신의 물결이 전 세계 연구자들과 함께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며 “국내 생명과학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며, 차세대 과학기술의 발판을 마련하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 아시아·오세아니아 생화학분자생물학 연맹 회장은 지속 가능한 과학 발전을 위한 기반으로서의 교육과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이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교육과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두 분야 모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고 있어 우려스렵다.”고 설명하며 “지금이야말로 과학의 뿌리를 다시 돌아보고, 다음 세대를 위한 토대를 다져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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