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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강하다...부활한 이랜드 [스페셜리포트]

  • 나건웅,조동현
  • 기사입력:2025.05.14 09:03:44
  • 최종수정:2025-05-14 11: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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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불황 속 신음하는 유통 기업이 많다. 고물가로 소비자 지갑이 닫히면서 패션·외식 등 업종을 불문하고 부진에 빠진 모습이다.

그러나 언제나 예외는 있다. 팬데믹 직격탄을 맞았던 이랜드그룹은 최근 오히려 부활의 날개를 달았다. 팬데믹 기간 4조6000억원(연결 기준)까지 떨어졌던 매출을 지난해 5조45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패션 부문은 뉴발란스·스파오 등을 앞세워 지난해 국내 ‘패션 빅5’보다 더 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외식 부문 역시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애슐리퀸즈를 필두로 덩치를 키워가는 중이다.

핵심 키워드는 역시 ‘가성비’다. 저렴하지만 품질이 뛰어나고 양도 많아 이랜드를 찾는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랜드가 ‘가성비 경영’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이랜드 SPA 브랜드 ‘스파오’는 지난해 매출 6000억원을 넘어서며 패션 부문 호실적을 견인했다. 사진은 스파오 스타필드 고양점. (이랜드 제공)
이랜드 SPA 브랜드 ‘스파오’는 지난해 매출 6000억원을 넘어서며 패션 부문 호실적을 견인했다. 사진은 스파오 스타필드 고양점. (이랜드 제공)

‘패션 빅5’ 모두 꺾은 이랜드 수익성

매장 수 2배 된 애슐리…백화점 ‘러브콜’

이랜드그룹은 코로나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다. 그룹 지주사인 이랜드월드 연결 기준 실적만 봐도 그렇다. 2019년 5조9511억원이었던 매출은 팬데믹 시작 해인 2020년 4조6315억원까지 추락했다. 1년 만에 1조3000억원 넘는 매출이 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력인 패션·유통·외식 부문 모두 치명상을 입었다. 연간 적자는 1조원에 육박했다.

조용히 절치부심한 이랜드그룹이 재도약에 성공했다.

지난해 패션 부문 영업이익은 1737억원을 기록했다. 이른바 한국 ‘패션 빅5’ 기업을 모두 꺾었다. LF(658억원), 한섬(635억원), 코오롱인더스트리FnC(164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153억원)은 물론 업계 1위인 삼성물산 패션 부문(1705억원)보다 높은 자리에 위치했다. 이랜드 패션 부문 최근 5개년 연평균 영업이익 성장률은 76%에 달한다. 매출에서도 삼성물산(2조42억원)을 제외하면 이랜드(1조6839억원)보다 지난해 더 높은 매출을 기록한 패션 기업이 없다.

국내 독점 라이선스로 2008년부터 이랜드가 직접 운영해온 ‘뉴발란스’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사상 첫 1조원 매출을 달성하며 나이키에 이어 국내 2등 스포츠 브랜드로 거듭났다. 뉴발란스가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 6~7위 규모 스포츠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랜드의 육성 역량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단일 브랜드로 국내 1조 클럽 입성에 성공한 브랜드는 나이키·아디다스·노스페이스·유니클로 정도다. 미국·중국·일본·동남아 등 각국 뉴발란스 책임자가 성공 비결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랜드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도 훨훨 날았다. ‘스파오’가 대표적이다. 스파오는 2012년 출범한 탑텐과 에잇세컨즈보다 3년 앞서 시작한 국내 최초 SPA 브랜드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약 6000억원. 지난해 탑텐 매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였고 업계 1위 유니클로 역시 15% 정도였다는 점에 비춰보면 월등한 성장세다.

고물가 부담 속 ‘가성비’ 제품이 소비자에게 먹힌 덕분이다. 예를 들어 스파오 바람막이 상품 가격은 3만9900~5만9900원에 불과하다. 여타 스포츠 브랜드 바람막이 제품 가격이 보통 10만원대, 높게는 30만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배 가까이 저렴하다. 이랜드 여성 SPA 브랜드 미쏘 역시 매출이 2021년 1200억원에서 지난해 1500억원까지 오르며 힘을 보탰다.

팬데믹 직격탄을 맞았던 외식 사업도 웃는다. 이랜드그룹 외식 법인 이랜드이츠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핵심 브랜드인 ‘애슐리퀸즈’를 중심으로, 이랜드 뷔페 브랜드가 가성비 열풍을 등에 업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메뉴 가짓수를 80개에서 200개로 대폭 늘리면서 프리미엄화에 나섰는데 가격은 착한 편이다. 애슐리퀸즈 평일 점심 기준 이용 가격은 1만9900원, 주말·공휴일은 2만7900원이다. 외식 고물가 시대에서 2만~3만원만 내면 양껏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최근 가장 ‘핫’한 외식 브랜드 중 하나로 거듭났다.

입점 문의가 늘어나면서 덩치를 크게 키웠다. 애슐리퀸즈 전국 매장 수는 2022년 59개에서 현재 110개까지 증가했다. 콧대 높은 백화점도 너 나 할 것 없이 애슐리퀸즈에 러브콜을 보낸다. 지난 한 해 동안 백화점에 새로 개장한 애슐리 매장만 4곳이다. 지난해 11월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입점하며, 사상 처음으로 국내 백화점 빅3(롯데·신세계·현대)에 모두 자리하게 됐다. 여기 힘입어 이랜드이츠 매출은 2022년 2535억원에서 지난해에는 4705억원까지 85%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60억원 → 319억원)은 5배 이상 뛰었다.

애슐리 외에도 가성비로 무장한 브랜드가 고물가 속에서 호평받는다.

1994년 첫 출범 이후 31년째 피자 가격 9990원을 고수 중인 ‘피자몰’ 매장은 2022년 17개에서 최근 26개까지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피자몰 단품 전문점 매장을 5곳 오픈했다. 샤브샤브 무한리필 브랜드 ‘로운 샤브샤브’도 매출을 2022년 150억원에서 지난해 250억원까지 키워냈다.

유통 부문에서도 가성비 제품 활약이 두드러진다. NC백화점·뉴코아·킴스클럽 등 이랜드가 보유한 주요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직접 소싱’ 방식을 통한 가성비 제품을 여럿 선보였다. 2021년 새로 내놓은 와인 브랜드 ‘모두의 와인’은 5990원에서 9990원 사이 합리적인 가격대로 주목받으며 누적 판매량이 100만병을 넘어섰다. 지난해 상반기, 애슐리퀸즈 대표 메뉴를 델리 형태로 내놓은 ‘델리바이애슐리’ 역시 애슐리 셰프가 직접 요리한 180종 이상 다양한 메뉴를 399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전략으로 덩치를 빠르게 키우는 중이다. 현재 일평균 판매량이 약 2만5000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개를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이랜드 관계자는 “고물가 속에서 국민에게 위안을 주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가성비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 원가 절감과 운영 효율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8호 (2025.05.07~2025.05.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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