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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쟁점된 ‘원화 스테이블코인’…한은 “우리가 관리해야”

“중앙은행에 실질적 법적 권한 필요” 이재명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만들어놔야 국부 유출 방지”

  • 지유진
  • 기사입력:2025.05.12 14:07:06
  • 최종수정:2025.05.12 1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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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에 실질적 법적 권한 필요”
이재명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만들어놔야 국부 유출 방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원화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허용된다면 인가 단계부터 한국은행이 관리해야 한다고 한은 측이 주장했다.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입법 논의가 급물살 타자 규제 권한을 명확하게 해두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12일 한은에 따르면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지난 9일 한은 별관에서 열린 한국금융법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동향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고 팀장은 발표문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정책, 금융 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의 정책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발행자 진입 규제와 관련해 인가 단계에서 중앙은행에 실질적인 법적 권한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원화와 1 대 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은 법정 통화인 원화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은 통화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개당 가격이 고정돼 있어 시세차익을 노릴 수 없는 탓에 투자용으로 거래되지 않는다. 자산을 해외 거래소 또는 개인 지갑으로 이동하기 위한 수요가 대부분이다. USDT(테더) 등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송금이나 결제 분야에서 달러 대신 이미 사용되고 있다. 반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현행법상 국내에서 아직 발행 자체가 허용되지 않은 상태다.

고 팀장은 “중앙은행이 인가 단계에 실질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중앙은행 정책 수행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제화 설계부터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지급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은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이를 기반으로 한 예금 토큰, 스테이블코인을 모두 아우르는 미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 내용은 한은 기존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은은 지난달 지급결제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통화 주권을 침해하고 통화 정책의 유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USDT 등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허용할 거냐 말 거냐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허용 여부가 대선을 앞두고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8일 경제 유튜버와 대담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 이후다.

규제 권한을 두고 기관 간 주도권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공개한 디지털자산기본법 1호 법안 초안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권한을 한은이 아닌 금융위원회가 가지도록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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