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가치 하락세가 심상찮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5월 3일 기준 99.8이다. 100선 밑에서 맴돌고 있는 형국이다. 수년간 강(强)달러 현상이 지속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달러 약세에 시장에선 미국 자산을 팔고 다른 투자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른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게 금이다. 올해 초 온스당 2700달러 수준이던 금값은 3400달러 선까지 돌파하면서 25% 가까이 치솟았다. 리리앙레 칼라니시인덱스서비스 애널리스트는 “올해 금값 급등은 미국에 대한 시장 신뢰가 어느 때보다 낮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금값 상승에 덩달아 금 채굴 기업 몸값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상승률만 보면 금 혹은 금 ETF보다 나은 투자처다. 올해 초 38달러였던 뉴몬트 주가는 5월 7일 기준 53달러까지 올랐다. 39.4% 상승이다.


전체 매출 84%가 금 채굴
세계 최대 금 생산 기업
뉴몬트는 창업자 윌리엄 톰슨이 1916년 뉴욕에 설립한 뉴몬트컴퍼니가 모태다. 톰슨은 각종 광산 개발과 프로젝트에 투자해 큰 수익을 거뒀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 톰슨은 1921년 뉴몬트코퍼레이션을 만들고 직접 채굴에 나선다. 물론 처음부터 잘나갔던 건 아니다. 1965년에야 터닝포인트를 마주한다. 뉴몬트는 1965년 미국 네바다주 칼린에서 당시 기준 북미 최대 금맥을 발견한다.
이를 기반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린 뉴몬트는 벌어들인 돈을 각종 인수합병(M&A)에 활용한다. 이는 최근까지도 유효하다. 2019년 당시 기준 세계 4위 금 채굴 기업인 캐나다 골드코프(Goldcorp)를 100억달러(약 15조원)에 인수한다. 2023년에는 호주의 대형 금광 업체 뉴크레스트마이닝(Newcrest Mining)까지 사들인다. 인수 금액은 192억달러(약 25조원)다. 이전까지 2위에 머물렀던 뉴몬트는 캐나다 바릭골드(Barrick Gold)를 제치고 ‘넘버원’ 기업으로 올라선다. 뉴몬트의 지난해 금 생산량은 685만온스로 전 세계 금 채굴 시장점유율 8~9% 수준이다.
단순 M&A뿐 아니라 광산 확장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뉴몬트는 총 14개 광산을 운영한다. 이 중 ‘티어 1’급 광산만 6개인데, 여기에 3개 증설 프로젝트(가나 아하포 아노 노스, 호주 타나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를 진행 중이다.
이렇다 보니 금값이 오르면 뉴몬트에 시선이 쏠린다. 특히 전체 매출 중 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도 뉴몬트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186억달러(약 26조원)인데 이 중 156억달러(84.3%)가 금광 채굴 매출이다. 금값 상승이 실적에 직결되는 구조다. 올해 1분기 실적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올해 1분기 뉴몬트는 50억달러(약 7조원) 매출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40억달러)과 비교하면 25% 늘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① 금값이 오르면 ② 채굴 후 판매 금액(Average realized gold price)이 상승하고 ③ 매출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채굴 후 판매 금액은 온스당 2944달러다. 지난해 1분기(2090달러) 대비 40% 가까이 올랐다. 이종형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금 가격에 민감한 수익 구조를 갖고 있어 금 가격 상승 시 대표적 수혜주로 꼽히는 것”이라며 “미국 S&P500마저 요동치는 불안한 주식 시장에서 매력적인 피난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몬트도 올해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금값 상승의 긍정적 효과가 실적에 반영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톰 팔머 뉴몬트 최고경영자(CEO)는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실적과 운영 성과는 최근 몇 달간 금값 상승의 결과물”이라며 “여전히 (상승세의) 초기 단계라고 생각하지만, 관세 정책이나 거시 경제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통제 가능한 변수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값 5000달러 가능성도
증권가선 목표가 66달러
결국 뉴몬트 실적과 주가 추이를 결정할 요인은 금값이다. 시장은 당분간 금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금과 대척점에 있는 달러 가치 하락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카막샤 트리베디 글로벌 외환·금리·신흥시장 전략 총괄은 “달러와 미국 관련 자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됐다”면서 “(강세를 예상해온) 달러에 대한 견해를 바꿔야 한다.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스위스 픽테자산운용의 수석 전략가 루카 파올리니도 “앞으로 5년 내 달러화 가치는 추가로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와 달리 금값 전망은 장밋빛이다. 일각에선 온스당 4000달러 예상도 나온다. JP모건은 “ ‘트럼프 관세’와 미·중 무역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금값이 연내 온스당 3675달러에 도달한 뒤 2026년 2분기 4000달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시점에 4000달러 돌파가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김윤상 iM증권 애널리스트도 “금값은 올해 하반기에도 양호한 흐름일 것”이라며 “셀 아메리카 국면에서 안전 자산인 금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과 중국 인민은행의 금 보유량 확대, 일반적인 경기 침체기 금리 인하 국면에서 금값은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 근거”라고 분석했다.
이에 뉴몬트 목표주가 상향 릴레이가 이어진다. 미국 리서치 기업 아구스는 뉴몬트 목표가를 기존 48달러에서 63달러로 높였다. BMO캐피탈마켓도 최근 64달러를 목표가로 제시했다. 스콧 브라운 레이먼드제이스 시장전략가 역시 63달러에서 66달러로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일각에선 “금값 상승세를 고려하면 이마저도 낮은 수준”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유명 경제학자이자 대표적인 금 옹호론자인 피터 쉬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UBS는 올해 금값이 3500달러 이상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뉴몬트 목표가는 100달러를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도 뉴몬트 주가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요소다. 이종형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026년까지 3년간 총 30억달러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주주환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라며 “최근 주식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국면에서 뉴몬트는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보유한 종목이다. 주목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뉴몬트는 계획된 30억달러 자사주 매입 중 20억달러의 매입을 완료한 상태다. 톰 팔러 CEO는 1분기 실적 설명회 자리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강력한 재무 상태를 유지해 앞으로도 예측 가능한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전략으로 주주에게 자본을 반환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9호 (2025.05.14~2025.05.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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