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처럼 움직이는 달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EPA=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4/25/news-p.v1.20250425.aa59dbcfb13e489ca40734f8aa71cf37_P1.png)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셀 USA(미국 자산 매도)’가 가속화하고 있다. 미증유 관세 전쟁이 달러 패권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독립성 훼손 논란까지 불거져 달러 가치와 국채값 하락세가 심화하고 있단 지적이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97~99선을 움직인다. 지난 4월 21일엔 장중 한때 97.9까지 떨어져 2022년 3월 이후 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4월 21일 엔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39.93엔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하며 7개월 만에 처음 130엔대로 내려갔다.
미 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세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최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4.4% 안팎에서 움직인다. 미 국채 10년물은 세계 금융 시장에서 무위험금리(Risk-Free Rate)의 바로미터다. 기업·국가·개인 등 경제 주체 자금 조달 금리, 주식 가치 평가, 파생상품 할인율 등이 미 10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듀레이션이 긴 30년물 금리는 연 4.8% 안팎에서 등락한다.
관세 전쟁으로 위험 회피 심리(Risk-off)가 강하지만, 대표 안전자산인 미 국채 금리가 오르고(가격 하락)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작금의 글로벌 금융 시장 불안엔 트럼프가 방아쇠를 당긴 관세 전쟁으로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위가 위협받는다는 시각이 확산한 결과로 분석된다.
스티븐 그레이 그레이밸류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수십 년과 달리 더 이상 미국을 신뢰하거나 의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토 유지로 노무라증권 외환전략가는 “미국 같은 기축통화국 시장에서 채권이 매도되고 통화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현상은 드문 일”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도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 전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속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중앙은행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중국 투자은행인 CICC는 보고서를 통해 “정책 불확실성이 달러와 미 국채를 전통적 안전자산이 아니라 위험자산처럼 움직이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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