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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비명 질러도···‘간 큰’ 서학개미, 레버리지 ‘몰빵’

美 관세 전쟁 부메랑 ‘M7’ 주가 폭락 서학개미, 레버리지 ETF로 ‘우르르’

  • 배준희
  • 기사입력:2025.04.13 13:00:00
  • 최종수정:2025.04.13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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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전쟁 부메랑 ‘M7’ 주가 폭락
서학개미, 레버리지 ETF로 ‘우르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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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기록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에 아랑곳 않고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3월 7일~4월 8일) 간 서학개미들은 레버리지 ETF를 대거 사들였다. 순매수 상위 2~4위는 모두 레버리지 ETF인 것으로 나타났다. 레버리지 ETF는 특정 기초 자산 수익률을 2~3배로 추종한다. 추종하는 지수가 오르면 수익이 배가 되지만, 하락했을 때 손실도 배로 확대된다.

최근 한 달 동안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ETF는 SOXL로, 순매수 규모만 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SOXL은 미국 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반도체 관련 기업 30곳을 시가총액 방식으로 묶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한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은 반 토막 수준이다.

다른 ETF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순매수 규모 3위 TSLL은 최근 한 달 30% 넘게 하락했다. 이 ETF는 테슬라 주가의 일일 움직임을 2배로 추종한다. 이번 폭락장에서 매그니피센트7(M7) 등 기술주 낙폭이 커지면서 SOXL과 TSLL 투자자 손실이 더 컸다.

서학개미들이 4번째로 많이 산 ETF는 TQQQ다. 이 상품은 나스닥 지수를 3배로 추종한다. 이 역시 나스닥 지수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 근심이 깊다. 이외 나스닥 지수를 2배로 따라가는 QLD 또한 최근 한 달 20%를 웃도는 손실을 기록 중이다.

미국 증시에서도 한국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추구 성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의 오웬 라몬트 수석 부사장은 ‘오징어 게임 주식 시장’이라는 글에서 “한국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사랑으로 ‘미국 주식 시장이 한국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장인물들이 일확천금을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듯 레버리지 상품으로만 투자금이 몰리는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이재민 한국은행 국제국 해외투자분석팀 과장은 최근 블로그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투자 이익을 안정적으로 쌓아가려면 (지금 같은) 일부 종목에 대한 과도한 편중을 줄여야 한다”며 “국내외 다른 종목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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