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명품 수십만건 무단 크롤링 주장

글로벌 투자 유치 여부를 두고 논란에 휘말린 명품 플랫폼 발란이 이번엔 불법 ‘크롤링(Crawling)’ 혐의로 경쟁사 필웨이로부터 민형사상 피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크롤링은 타사 웹사이트에서 데이터를 무단 복제한 뒤 자사 사이트에 불러오는 행위를 뜻한다. 업계에서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발란이 중고 명품 사업을 시작하면서 신규 판매자 유치에 난항을 겪자 대량 크롤링에 나섰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9월 30일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필웨이는 최근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발란을 대상으로 민형사상 고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발란이 중고 명품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자사 수십만개 상품을 무단 크롤링(검색 엔진 로봇을 이용해 자동 데이터 수집)해 정보를 복제하고 상품 판매에 활용했다는 게 필웨이 측 주장이다.
필웨이 측은 발란의 행위가 저작권 침해, 데이터베이스(DB)권 침해, 부정경쟁행위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민형사 소송을 냈다. 발란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와 거래액 기준 지난해 국내 1위 명품 플랫폼이지만,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 8월 말 발란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명분으로 ‘프리 러브드(pre-loved)’를 신설하고 중고 명품 거래 사업에 뛰어들었다.
필웨이 측은 △필웨이 워터마크가 있는 상품 이미지 △동일한 내용의 상품 상세 설명 △상세 설명에 함께 기재된 필웨이 고유 상품번호 등을 근거로 “이미 확인된 상품만 10만개 이상”이라며 “지속적으로 확인 중에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발란이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크롤링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최근 중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신규 판매자 입점 및 유치 목적, 사업 홍보 목적으로 이를 대량으로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크롤링을 하면 페이지 내용을 쉽게 복제해 필요 데이터를 빠르게 추출할 수 있어 후발 주자 플랫폼에서 암암리에 행해졌던 방식”이라며 “판매 상품 수가 부족한 플랫폼일수록 사이트에 노출시킬 상품 확대를 위해 손쉽게 복제할 수 있는 크롤링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전했다.
필웨이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민후 양진영 변호사는 “중고 명품 후발 주자인 발란이 빠른 성장을 위해 불법 크롤링으로 경쟁사 DB를 확보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발란의 무단 크롤링 행위는 수년간 의도적으로 반복된 것으로 보이며 이는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발란은 “오히려 무단 크롤링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보안을 강화하는 중”이라며 “고소장이 오는 대로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발란은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를 둘러싼 진실 공방에도 휘말렸다. 발란은 최근 복수의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투자 유치가 임박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지만 지목된 기업에서 “유의미한 논의가 없었다”고 밝혀 진성 투자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졌다. “수백억원대 규모 투자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던 발란 측도 돌연 “(투자 유치 관련 정보는) 시장에서 돌던 투자 분위기만 전체적으로 에둘러 정리한 뒤 텍스트로 주섬주섬 얘기한 것이 전부”라며 말을 바꿔 논란을 키웠단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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