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이자람 [완성플레이그라운드 제공]](https://wimg.mk.co.kr/news/cms/202510/01/news-p.v1.20251001.72d7fa98015d4140b66e39bf2882cea3_P1.jpg)
“9회차 만에 이 연극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라디오 DJ, 밴드, 소리꾼, 음악 프로듀서, 배우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해온 소리꾼 이자람에게 1인극 ‘프리마 파시’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자람 배우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을 만났다고 고백한다.
이자람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프리마 파시’ 관련 라운드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관객을 만나기 전까지는 제 인생 첫 1인극이라는 점에서 ‘큰 도전’이라는 의미가 컸다”며 “무대에 오르고 관객을 만나니,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이 작품이 무대예술로 올려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큰 의미의 공연이 제게 주어졌다는 게 놀랍다”고 밝혔다.
연극 ‘프리마 파시’는 성폭력 피의자 변호를 맡던 형법 변호사가 이후 성폭행 피해자로 다시 법정에 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9년 호주에서 초연된 뒤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작품은 140분에 걸친 상연 시간 동안 오로지 배우 한 명이 극을 이끌어 나간다. 이자람은 과거 내셔널 시어터 라이브(NT LIVE)에서 조디 코머의 ‘프리마 파시’ 공연을 보고 매료된 기억이 남아 있었기에 한국 초연 배역 제안이 들어왔을 때 “당연히 해야 하는 역할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최후의 변론 ‘브와 디르’를 향해 연극이 달려가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재판에서 패소한 이후 다시 그 자리에서 일어나 관객들에게 ‘우리 괜찮지 않느냐’는 메시지를 주고 무대를 떠나는 18장 그 순간을 향해 달려가는 극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폭력 피해를 겪은 여성에 관한 연극인 만큼 인간이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 모든 게 다 전복된 이후 다시 일어서는 경험에 대한 극이기도 하다”며 “성인이라면 모두가 이 극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테사 캐릭터에 대해 이자람은 “자기가 하는 일에 확신을 갖고 불도저처럼 가던 사람이 허들에 걸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나’라는 존재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판소리 경험이 배역을 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줬는지 묻자 그는 “소리꾼의 경험은 사용하지 않는다. 판소리는 제 몸에 30년 넘게 인이 박히도록 들어와 있는 것”이라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일부러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오히려 무대에 서기 전 오들오들 떨리는 마음속에서도 속으로 열 번씩 ‘나는 테사 제인 앤슬러’라고 되새긴다”라며 “최대한 이 몸에 찌꺼기, 자의식 없이 수지 밀러의 말이 잘 전달되도록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도 연극이 끝나면 같은 배역을 맡은 김신록 배우와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며 통화를 나눈다고 했다. 이자람은 “연극 대본을 10년 넘게 해석해온 사람과 같이 배우고 논하는 게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성장 중”이라며 “이 시간에는 제 한계를 발견하는 시간도 있고 스스로 초라함을 느끼기도 하고 관객과 만나 새로운 발견을 하기도 한다. 분명히 다방면에서 성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자람은 앞으로도 “어렵고 새로운” 역할이라면 언제든 다시 연극에 도전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제가 완전히 신입이 될 수 있는 경험을 지금도 찾고 있다”며 배움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자신을 “말을 세우는 사람”으로 소개한 이자람 배우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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