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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서울 가득 채운 아날로그들…고물 로봇들이 알려주는 ‘인간적인 사랑’

‘어쩌면 해피엔딩’은 어떤 작품 아날로그적인 요소들 가득 숨 가쁜 현대인들에게 위로

  • 김형주
  • 기사입력:2025.06.10 06:56:53
  • 최종수정:2025.06.10 06: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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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은 어떤 작품

아날로그적인 요소들 가득
숨 가쁜 현대인들에게 위로
토니상 6관왕에 오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팀이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헌터 아널드, 데즈 듀런, 마커스 최, 박천휴, 헬렌 J 선, 대런 크리스, 윌 애런슨, 제프리 리처드. [EPA = 연합뉴스]
토니상 6관왕에 오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팀이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헌터 아널드, 데즈 듀런, 마커스 최, 박천휴, 헬렌 J 선, 대런 크리스, 윌 애런슨, 제프리 리처드. [EPA = 연합뉴스]

‘어쩌면 해피엔딩’은 슬프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인간성을 천착하는 작품이다. 인간이 아니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로봇들의 이야기로 관객들로 하여금 찬찬히 인간성을 돌아보게 한다.

헤어진 주인 제임스처럼 재즈를 좋아하는 도우미 로봇(헬퍼봇) 올리버는 버려진 로봇들이 사는 건물에서 또 다른 헬퍼봇 클레어를 만나 함께 제주도로 떠난다. 올리버는 제임스를 찾기 위해, 클레어는 서울에서는 멸종된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서다. 두 로봇은 함께 여행을 하면서 서로 사랑에 빠진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낭만성과 비극성을 공존시켜 감동을 극대화했다. 주인에 대한 그리움, 로봇 간의 사랑은 애틋하지만 소모품일 수밖에 없는 이들의 존재적 한계가 무대를 서러운 감정으로 채운다. 올리버와 제임스는 인간보다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내다가도 주기적으로 충전과 수리를 하는 모습을 보이며 비극성을 부각한다.

과거와 미래,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아이러니한 공존 역시 이뤄질 수 없는 그들의 욕망을 강조한다. 21세기 후반의 미래가 배경이지만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등 어쿠스틱 악기의 재즈 음악이 작품을 아날로그적 분위기로 감싼다. 브로드웨이 버전은 한국 공연보다 영상을 적극 활용해 미래적 분위기를 강화했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교수)는 “AI(인공지능)가 등장한 미래의 이야기지만 인간적인 감정을 다루고 올드 재즈풍의 음악으로 노스탤직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며 “인간이 아닌 존재의 사랑을 통해 인간의 사랑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윌휴 콤비’로 불리는 윌 애런슨 작곡가(44)와 박천휴 작가(42)의 합작품이다. 어느 날 박 작가가 우연히 카페에서 들은 ‘Everyday Robots’의 가사 “우린 일상 로봇, 휴대폰을 보며 집으로 향하는~”에서 ‘로봇들이 버려진 채 쓸쓸하게 사는 미래’를 상상했고, 아이디어를 잊지 않기 위해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은 게 출발점이었다.

‘윌휴 콤비’는 ‘번지점프를 하다’(2012)를 시작으로 ‘일 테노레’(2023) 등 다수의 뮤지컬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둘의 인연은 2008년 뉴욕에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뉴욕대 대학원에서 만나 친분을 쌓았고, 애런슨 작곡가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작곡을 제의받았을 때 작사가로 박 작가를 지목하며 ‘윌휴 콤비’를 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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