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은 특히 누아르·첩보 액션물 장인으로 불리는 영화감독 윤종빈(사진)과 만나 전에 없던 새로운 추리물로 탄생했다. '범죄와의 전쟁' '군도' '수리남' 등 지극히 사실적이고 남성 위주의 이야기를 만들어온 그가 만화적 연출로 여성 주인공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차별화됐다. 윤 감독이 자기 시나리오가 아닌 작품을 연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극본은 드라마 '터널' '나빌레라'를 쓴 이은미 작가가 썼다.
전날 11회 최종화 공개 직후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윤 감독은 "기존과 똑같이 연출해 '식상하다'는 말을 듣느니 안 해봤던 시도가 새로울 거란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경찰서·경찰차 등 극의 주요 배경과 소품조차 일부러 현실과 동떨어진 새로운 분위기를 풍기게 꾸몄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전집이나 '명탐정 코난' 같은 추리 만화도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그는 "대본의 몰입도가 좋고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이 있었지만, 연출자 입장에선 이런 캐릭터와 사건이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아예 현실과 만화 사이에 있는 가상 세계로 분위기를 바꾸니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항상 넥타이를 매는 이나, 비니를 쓰고 출근하는 한샘 등 추리물 속 탐정·경찰 같은 캐릭터도 그렇게 완성했다. 윤 감독은 "누군가는 기존과 달라 낯설게 느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너무 뻔한 한국식 형사물이나 걸크러시 캐릭터를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같이 맑으면서도 당당하고, 연약한 듯 광기 어리게 주인공을 그려낸 김다미에 대해선 "독특하고 개성 있으면서도 건강한 에너지가 있다"고 극찬했다.
회차를 거듭하며 이희준, 이성민, 황정민 등 주연급 톱스타가 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출연한 점도 극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대부분 한 회차 만에 변사체로 퇴장하는 역할이었는데, 윤 감독은 "영화 인생의 인맥을 총동원했다"며 웃었다.
그는 "후반부에 다시 등장하는 인물들이라 시청자에게 충분히 각인되는 존재감 있는 배우들이 필요해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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