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곤 합니다. 고학력과 스마트 기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문해력 감소’라는 ‘글 읽는 까막눈 현상’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단어는 사물과 현상의 특성을 가장 핵심적으로 축약한 기초개념입니다. 우리는 단어의 뜻을 찾아가면서, 지식의 본질과 핵심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학교를 떠난 이들의 지식 인싸력도 레벨업됩니다.

6월은 ‘호국보훈(護國報勳: 지킬 호, 나라 국, 갚을 보, 공 훈)의 달’입니다. 호국보훈이란 ‘나라를 지켜 주신(護國)’ 분들의 ‘공로에 보답(報勳)’한다는 의미입니다. 영어로 표현하면 ‘thanksgiving to patriots/nation protection’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공헌하신 애국자들을 위한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국가보훈부(國家報勳部)입니다.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을 지원하고,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과 보호도 담당합니다. 1961년 창설 시 부처이름은 ‘군사원호청(軍事援護廳: 군사 군, 일 사, 도울 원, 도울 호, 관청 청)’이었습니다. 상이군인(傷痍軍人: 다칠 상, 다칠 이, 군사 군, 사람 인)과 전사자 유족을 돌본다는 의미를 담았었죠. 이후 1962년 원호처를 거쳐 1981년 국가보훈처로, 2023년 국가보훈부로 이름을 바꿉니다. 보훈이라는 이름에는 아주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국가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애국자들의 위상이 ‘형편이 어려워 돌봐야 할 원호희생자’에서 ‘은혜를 갚아야 할 보훈영웅’으로 높아졌으니까요. 미국의 경우, 제대군인뿐만 아니라 현역군인에게도 예우와 지원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군인에 대한 인식을 생각해 봅니다. 존경과 감사는 드뭅니다. 나라 지키느라 고생하다가 오랜만에 휴가 나온 병사들은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해야 합니다. 이전에 현역병들을 돈과 배경이 부족해 끌려가는 별볼일 없는 존재로 생각하는 이들이 아직 있지 않을까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바치는 가장 고마운 젊은이들입니다. 최저임금에도 모자란 월급 가지고 손가락질하는 분들께 여쭤 봅니다. 제가 그 돈의 두 배를 드릴 테니, 훈련병부터 다시 시작해 보시겠습니까? 대학 시절 같은 학번 운동부 특기생이 부상을 입어 공부를 시작했던 적이 있습니다. 2년 후 행정고시에 합격했죠. 대단하고 자랑스러운 친구였습니다. 처음엔 한자를 몰라 행정학개론 첫 장을 넘기는 데 1주일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만큼 군복무기간은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길고 소중한 기간이란 방증입니다. 더구나 국가를 위해 애쓰다가 불운과 슬픔을 겪은 분들입니다. 애국심은 마음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질적 지원과 보상이 동반될 때, 나라를 믿고 지키려는 마음은 더 두터워진다는 데 이견이 없으실 겁니다. 애국자와 유족분들을 위한 행정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애쓰시는 국가보훈부 직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6월 6일 현충일은 순국선열(殉國先烈: 목숨 바칠 순, 나라 국, 먼저/돌아가신 이 선, 세찰 렬)들과 호국영령(護國英靈: 지킬 호, 나라 국, 뛰어날 영, 영혼 령)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순국선열, 호국영령 모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용감한 분’이란 뜻을 품고 있습니다. 현충일(顯忠日: 나타날 현, 충성 충, 날 일)의 ‘현충’은 ‘충성을 드러냄’을 뜻합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한 이들을 ‘기억하는 날(memorial day)’을 의미합니다. 1956년 ‘현충기념일’로 제정되었다가 1975년 ‘현충일’로 이름이 바뀌면서, 한자를 문자적으로 해석할 때 직관적 이해가 쉽지 않아 아쉽습니다.
‘애국자(愛國者: 사랑할 애, 나라 국, 사람 자)’는 말 그대로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애국자의 영어단어 ‘페이트리엇(patriot)’은 ‘아버지의 나라’를 뜻하는 그리스어 ‘patris’에서 왔습니다. 아버지 ‘pater’는 영어단어인 ‘father’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애국자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애국자란 좁게는 ‘국방, 납세, 준법 등 국민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사람’, 넓게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국민과 국가의 성장과 행복에 기여하는 사람’일 것 같습니다. 한 가지를 더하다면,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하고 헌신할 각오가 서있는 국민’이란 마음도 듭니다. 오늘의 눈부신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피와 땀과 눈물을 쏟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더 키워 나가겠습니다. 대한민국 만세!
*감수: 안희돈 교수(건국대 영어영문학과). 건국대 다언어다문화연구소 소장. 전 한국언어학회 회장
[필자 소개]
말록 홈즈. 어원 연구가/작가/커뮤니케이터/크리에이터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3년째 활동 중. 기자들이 손꼽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커뮤니케이터. 회사와 제품 소개에 멀티랭귀지 어원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 어원풀이와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융합해, 기업 유튜브 영상 제작.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