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에비앙 물 마시고 온천까지 즐기며 힐링
100년 역사 푸니쿨라 타고 시간여행 망중한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개최로 골퍼들 성지

에비앙 레 뱅. 럭셔리 물로 잘 알려진 그 에비앙 맞다. 골퍼라면 한 번쯤 에비앙에서의 라운딩을 꿈꿔봤을 것이다. 무언가 위엄이 느껴지는 그곳으로 향했다.
프랑스령이지만 스위스 제네바 국제공항으로 가는 것이 더 가깝다. 제네바 공항에서 차로 50분정도 달리면 알프스 산자락을 배경으로 레만 호수 남쪽 기슭에 자리한 에비앙에 도착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에비앙 미네랄 워터의 효능이 알려진 건 18세기 말부터다. 에비앙 중심부엔 과거 생트 카트린 분수로 불린 샘이 있다. 18세기 말 이 샘이 흐르던 정원의 소유주였던 가브리엘 카샤의 이름을 따 카샤 수원으로 불리고 있다.
장 샤를 드 라에제르 백작이 프랑스 혁명을 피해 이곳에 2년 정도 머물며 이곳에서 매일 물을 마셨고, 몇 년 간 시달리던 결석에서 빠르게 회복했다고 한다.
1807년 신장 및 방광 질환 치료를 위한 요양수로 권장되기 시작했고, 1827년 에비앙에 첫 온천 센터가 개장했다. 1860년대부터는 식수로서 점차 인기를 끌게 됐다.

카샤 수원은 섬세한 모자이크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1903년 조성된 이래로 끊임없이 11.6도의 수온을 유지한 상태로 흐르고 있으며, 에비앙 미네랄 워터 주식회사가 판매하는 에비앙 물과 동일한 물이다.
누구나 별도의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마실 수 있다. 관광객은 물론 주민, 식당에서도 이곳에서 자유롭게 물을 떠간다. 한국에선 비싸서 어쩌다 한 번 아껴 마시는 에비앙 물이 이렇게 넘쳐 흐르니, 약수터 갈 때처럼 빈 물통을 한가득 챙겨가 채워오고 싶어진다.

영국 왕태후, 스트라빈스키, 마르셀 프루스트 등 인물들이 ‘기적의 물’로 불린 물을 마시기 위해 찾았던 에비앙의 ‘뷔베트 카샤’가 이달 대중에 재개방한다.
유리와 나무로 만든 파빌리온 건물로 마치 궁전 같은 느낌이 드는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단지 생수를 마시기 위해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건강을 기원했다.
2021년부터 복원 작업을 시작했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물을 마시는 공간을 비치하고 전시와 콘서트를 개최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오는 26일 재개장 예정이며 일정 기간 동안 매주 목요일 1시간 30분가량만 관람 가능하니 사전에 일정을 확인 후 방문할 것을 권한다.

에비앙 리조트는 에비앙 레 뱅 지역에서 3곳의 호텔, 카지노, 스파 시설, 콘서트홀, 골프 코스, 레스토랑 등을 운영하다.
에비앙 도심을 걷다 보면 모스크 지붕을 닮은 거대한 건물이 눈에 띄는데, 이는 뜻밖의 카지노 시설이다. 잔잔한 시골 휴양지 분위기의 에비앙이 다소 따분할 것이라 생각했다면 이곳에서 반전 경험이 가능하다.
에비앙 카지노는 1912년 비잔틴 양식의 돔을 얹은 독특한 외관으로 개장해 도시의 문화와 오락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음악회, 연극,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고 프랑스 귀족들이 이곳을 찾았다.
2021년 에비앙 리조트는 카지노를 복원하는 공사를 시작했고, 2024년 공사를 완료해 대부분의 시설을 복원 완료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는 레만 호수 뷰 현대식 바 ‘르 세르클’을 비롯해 다양한 f&b 시설과 게임 공간을 새롭게 선보였다.
돔형 천장의 창문을 통해 자연광이 공간을 가득 채우며, 따뜻한 분위기에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에비앙 물의 효능이 입소문이 나면서 환자, 운동선수, 그리고 여행자들까지 에비앙으로 불러들였다. 19세기 말부터 귀족층이 몰리기 시작했고, 1909년 프랑스 오트사부아주 최고의 럭셔리 호텔이자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텔’로 기획한 호텔 로얄을 오픈했다.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를 기리기 위해 이름 붙여졌고, 당시 귀족들의 우아한 생활양식을 반영했다.

황제, 술탄뿐만 아니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이곳을 찾았다. 리타 헤이워스 같은 할리우드 황금기 스타들이 스크린에서 벗어나 이곳에서 한숨 돌렸고, 비틀즈의 드러머 링고 스타도 방문한 바 있다.
호텔 창 너머로는 호수 뷰가 펼쳐져 많은 예술가와 작가, 시인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이곳에선 일반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에비앙 스파클링 워터를 객실 및 부대시설에서 즐길 수 있고, 에비앙 물을 활용한 온천과 스파까지 누릴 수 있다.

에비앙의 역사적인 교통수단 푸니쿨라는 고지대에 있는 대형 호텔에서 온천, 스파 시설까지 이용객을 수송하기 위해 1907년 개통했다. ‘에비앙의 작은 지하철’로 불리는 이 푸니쿨라는 6개 정거장을 운행하며, 1969년 운행을 중단했다가 복원 작업을 거쳐 2002년 여름부터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다.
19세기와 20세기 건설된 푸니쿨라 중 유럽 내에서 살아남은 3개 중 한 시설로 매우 희귀한 경험이 가능하다. 포르 거리에서 출발해 라 그랑주 오 락까지 운행한다. 겨울 비수기에는 운행을 중단할 수 있다.

1904년 생긴 에비앙 리조트 콜프 클럽은 골프계 전설들이 총애하는 장소다. 9홀 코스로 시작해 수년에 걸쳐 규모를 확장했고, 1980년대 말 유명 골프장 설계자 카벨 B. 로빈슨이 전체 코스를 다시 디자인해 고도의 전략성과 기술적 난이도를 필요로 하는 진정한 도전의 장으로 거듭났다.
레만 호수와 알프스를 바라보는 압도적 전망으로 ‘에비앙에서 플레이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골퍼들의 로망 클럽으로 자리매김했다. 저스틴 토마스, 조던 스피스, 빅토르 호블란, 아니카 소렌스탐, 그리고 최근에는 셀린 부티에까지 수많은 골프 스타들이 에비앙 골프 클럽 챔피언스 코스에 도전했다.

1994년 이 코스는 국제 골프 대회인 에비앙 마스터스의 개최지로 선정됐고 에비앙 레 뱅은 여성 골프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2013년 에비앙 챔피언십으로 이름을 바꾸며 LPGA 투어의 5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로 성장했다. 유럽에서 매년 같은 코스에서 개최되는 유일한 메이저 대회이기도 하다.
전인지, 김효주, 박인비, 신지애, 고진영 등 많은 한국 프로 선수들이 우승한 바 있다. 2021년부터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으로 이름을 바꿨고, 지난해에는 일본 선수 후루에 아야카가 우승을 차지했다.

에비앙 리조트 골프 클럽은 비단 프로 골퍼들만을 위한 곳은 아니다. 아카데미에서 실제 게임 상황을 바탕으로 구성한 다양한 연습과 훈련을 통해 모든 수준의 골퍼에게 적합한 교육을 진행한다.
세계적인 골퍼들이 받는 것과 동일한 지도를 나이와 실력에 관계없이 모든 골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클럽의 목표다.
에비앙 레 뱅(프랑스) = 강예신 여행+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