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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예술 탐험하는 우주탐사선 작품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美작가 톰 삭스 전시
플라스틱·합판·테이프 등
일상소재 활용해 제작한
'스페이스' 연작 200여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전시

  • 송경은
  • 기사입력:2025.06.03 20:11:03
  • 최종수정:2025.06.03 2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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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착륙선과 꼭 닮은, 높이 7m의 거대한 우주선이 서울에 착륙했다. 엔지니어나 과학자가 만든 기계가 아니다. 미국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톰 삭스(사진)가 가상의 우주 임무를 통해 제작한 대형 설치 작품 '루나 익스커션 모듈(LEM·2007)'이다. NASA '아폴로 11호'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삭스는 "인류가 달에 간 것은 20세기 최고의 예술 프로젝트였다"고 말한다.

LEM을 비롯한 그의 '스페이스 프로그램: 무한대(Infinity)' 연작은 인류가 발전시킨 과학기술과 우주 탐사를 향한 경외심이자 끝없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열정을 상징한다. 톰 삭스의 '스페이스 프로그램' 연작 200여 점 전체를 한자리에 펼치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톰 삭스 전(展)'이 오는 9월 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 전시1관에서 개최된다. 국내에서 열린 톰 삭스의 개인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해당 연작의 대표작인 LEM과 퍼포먼스 설치 작품 '미션 컨트롤 센터(MCC·2007)' 등은 국내에서 처음 소개된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톰 삭스는 합판, 박스, 테이프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산업 재료를 활용해 대중문화와 기술, 디자인의 상징적인 주요 산물을 브리콜라주(Bricolage·손에 닿는 대로 아무것이나 사용하는) 기법으로 정교하게 재현하는 아티스트다. 이번 전시에서도 우주 탐사와 관련된 도구와 실험실, 장치들을 일상 사물로 구현했다. 겉보기로 언뜻 봤을 때는 NASA의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작가가 각종 물건을 하나하나 자르고 붙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톰 삭스는 일상에서 흔히 쓰는 물건들을 재료로 NASA의 우주 임무를 재치 있게 재구성하면서 인류가 가진 독창성과 욕망을 조명하는 한편 상품의 생산·소비 같은 추상적 개념에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과시욕과 소비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나이키' '프라다' 등 글로벌 브랜드 출신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실험실 가운, 우주 부츠 같은 실용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아이템을 만들면서 오늘날 방탕한 소비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달 탐사 임무 '아폴로'의 달 착륙선 모형을 실물 크기로 만든 톰 삭스의 대형 설치 작품인 '루나 익스커션 모듈(LEM)'(2007).  송경은 기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 달 탐사 임무 '아폴로'의 달 착륙선 모형을 실물 크기로 만든 톰 삭스의 대형 설치 작품인 '루나 익스커션 모듈(LEM)'(2007). 송경은 기자
전시는 톰 삭스가 기획한 가상의 우주 임무 시나리오를 토대로 여러 연구개발이 수행되고 있는 하나의 연구소처럼 꾸며졌다. 그 안을 이루는 공간 하나, 소품 하나까지도 전부 그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다. 관람객은 무균 실험실에 들어갈 때 필수적으로 거치는 에어샤워 시설을 모사한 작품 '로버트 어윈 스크림 클린 에어 룸(RISCAR·2012)'을 통과해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찬찬히 작품을 살펴보다 보면 비밀스러운 기지에 초대된 것만 같다.

전시장 한편에 꽂힌 성조기는 톰 삭스 스튜디오가 우주에 정착했음을 암시한다. 'Astrobiology&Museum 섹션'은 우주생물학 연구실을 방불케 한다. 진공 체임버 안에는 시험대 위에 바닷가재로 보이는 생물체가 올려져 있고, 누군가 관찰하고 있었던 듯 현미경도 보였다. 벽면엔 형형색색의 운석 샘플 모형이 진열됐다. 작가가 '스페이스 프로그램' 연작을 선보인 네 번의 지난 우주 탐사(전시)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NASA 우주비행 관제센터를 모티브로 제작된 퍼포먼스 설치 작품 'MCC'다. 로켓이 발사되고 우주선이 정해진 궤도에 올라 임무를 수행한 뒤 다시 지구로 복귀할 때까지의 가상 여정이 프로그래밍돼 있다. 전시 개막일인 4월 25일에는 장장 6~7시간의 라이브 데몬스트레이션을 통해 톰 삭스가 직접 사령관으로 임무를 실시간 진두지휘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톰 삭스는 "우리의 미션은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이라며 "다만 우리가 망가뜨린 지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서 얻은 자원들을 더 잘 이용하기 위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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