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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창작 오페라 가능성 봤다

예술의전당 초연 '물의정령'
전통 소재에 서양음악 결합

  • 박윤예
  • 기사입력:2025.06.01 15:45:23
  • 최종수정:2025.06.01 15: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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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물의 정령' 공주 역 황수미. 예술의전당
오페라 '물의 정령' 공주 역 황수미. 예술의전당
머리를 풀어헤친 하얀 소복을 입은 공주가 물에 잠기자 '물의 정령(물귀신)'이 떠오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색 물귀신에게 물시계 장인이 먼저 손을 내민다. 비장한 표정의 물시계 장인이 이끄는 대로 물귀신은 공주와 왕국을 영원히 떠난다.

창작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이 지난 3일간(5월 25·29·31일)의 세계 초연 무대를 성황리에 마무리 지었다. 물귀신에 홀려버린 공주와 이른바 '엑소시즘(퇴마)'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물시계 장인이라는 한국의 전통적 소재를 현대적인 선율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물과 관련한 재앙이 계속되는 가상의 왕국을 배경으로 한다. 재생과 파괴의 힘을 동시에 가진 '물'이라는 소재를 중심 모티브로 삼고 있다.

이 작품은 예술의전당의 위촉으로 탄생했다. 해외 창작진이 만들고 국내 성악가들이 부른 영어 오페라로 세계 무대를 노리고 있다. 세계 초연이라는 기대감에 객석은 가득 차 있었고, 둥둥 북소리와 함께 공연이 시작됐다.

음악은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소리의 세계를 선사했다. 호주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는 르네상스 다성음악부터 현대 전자음향까지 결합해 물의 움직임을 흘러가듯이 표현했다. 특히 거문고의 섬세한 선율을 더해 한국적 감성을 살렸고, 영어 대사로 진행되는 오페라지만 라틴어와 한국어를 중간중간에 겹겹이 쌓았다. 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노이 오페라 코러스가 합창을 맡아 극을 더 풍성하게 꾸몄다.

무대는 거칠고 거대한 돌로 꾸며졌다. 돌은 물과 대비돼 작품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했다. 넘실대는 물은 스크린과 조명을 통해 다양하게 표현됐다.

이번 공연에는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국내외 실력파 성악가들이 참여했다. 공주 역에 소프라노 황수미, 물시계 장인 역에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장인의 제자 역에 테너 로빈 트리츌러, 왕 역은 베이스바리톤 애슐리 리치가 맡았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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