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어프레미아를 타고 미국 뉴어크 리버티 공항에 내렸다. JFK 국제공항보다 맨해튼과 가까워 이동이 빠르다. 뉴어크에 취항하는 유일한 국적기다.
시간을 파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도착하자마자 화려한 불빛이 여행의 시작을 알렸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 중 하나지만 건물로 빽빽이 채우진 않았다. 비워둔 공간을 대신 채운 건 '시간'이다. 오늘 본 타임스스퀘어는 내일이면 또 달라진다. 뉴욕은 변화를 판다. 중심에 자리한 템포 바이 힐튼 타임스스퀘어는 객실 통창 너머로 그 풍경을 그대로 담아낸다. 입지와 가격을 고려하면 만족도가 높다.

이탈리아 로마와 프랑스 파리를 잇는 예술의 중심지는 뉴욕이다. 다양한 배경의 이민자가 만든 창작 에너지가 도시를 예술의 수도로 이끌었다. '멧(MET)'으로 불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고대부터 19세기까지 인류 미술사를 아우른다. 대표 전시는 덴두르 신전. 유리 벽과 수조를 활용해 원래의 풍경을 실내에 재현했다. 반 고흐, 모네, 세잔, 드가, 르누아르 등 회화 컬렉션도 방대하다. 미술관 앞 계단은 시민들이 쉬어가는 광장이다. 6월 10일까지 한국 작가 이불의 작품 '롱 테일 헤일로'가 정문 앞에 전시된다.
매디슨 애비뉴의 모건 라이브러리&뮤지엄은 금융계 거물 J P모건의 개인 도서관에서 출발했다. 대표 소장품은 구텐베르크 성경으로, 전 세계 49권만 남은 금속활자본 중 가장 많은 수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라인 남쪽 끝 휘트니 미술관은 1930년 메트로폴리탄에서 거절당한 자신의 컬렉션을 위해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가 직접 세웠다. 당시 유럽 중심의 미술계에서 소외됐던 미국 작가를 위한 미술관이었다. 에드워드 호퍼, 조지아 오키프, 잭슨 폴록,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까지 그 맥락을 이어간다.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건물 옥상에는 허드슨강과 뉴욕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오는 7월 6일까지 한국계 작가 크리스틴 선 김의 개인전이 열린다. 1.5세대 한국계 미국인이자 농인 작가로 언어와 경계, 소외를 주제로 작업했다.

록펠러센터는 1930년대 뉴욕의 욕망이 담긴 건축물이다. 30 록펠러 플라자 꼭대기엔 '톱 오브 더 록' 전망대가 있다. 최근 두 가지 체험이 더해졌다. '더 빔'은 69층에서 철제 구조물에 앉아 3.6m 위로 올라갔다가 180도 회전한다. 당시 공사 인부들의 점심 풍경을 재현했다. '스카이 리프트'는 옥상 위 유리가 약 9m나 수직 상승하며 도시를 천천히 보여준다. 해가 지면 시선은 위에서 아래로 옮겨진다. 가장 잘 알려진 야경 감상법은 서클라인 크루즈. 피어 83에서 출발해 허드슨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며 브루클린 브리지를 지나 자유의 여신상 앞에 머문다.
뉴욕 미식 지도, 한식에서 도심 재생까지
록펠러센터 지하, 스케이트장 옆. 그곳에서 한식을 마주하다니. 아토보이, 아토믹스를 만든 박정현 셰프와 박정은 대표의 세 번째 공간 '나로'다. 김부각, 탕평채, 쌈밥, 누룽지탕 같은 메뉴를 정면에 배치했다. 박윤수 헤드셰프는 유럽에서 쌓은 미쉐린 감각을 한식에 녹였다.
뉴욕 미식판을 뒤흔든 또 다른 공간도 있다.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 중심의 '틴 빌딩'. 과거 세계 최대 해산물 시장이었던 풀턴 피시마켓 본부를 스타 셰프 장조지 봉게리히텐이 2022년 복합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5000㎡ 규모에 레스토랑, 베이커리, 와인숍, 식료품점까지 촘촘하다.
도시가 치유하는 방식
9·11 메모리얼 뮤지엄은 뉴욕이 만든 가장 조용한 장소다. 리플렉팅 풀 안으로 물이 끊임없이 떨어지고 가장자리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 뮤지엄에는 철골, 계단, 구급차 잔해가 남아 있다. 모든 유물이 누군가의 9월을 기억한다. 오큘러스는 그 옆에 있다. 하얀 철골 구조물이 하늘을 향한다. 상실을 기억하고 회복을 바라보는 공간이다.
로컬다운 밤의 결
파이낸셜 디스트릭트, 콘웰 타워 지하. '라이프&트러스트'는 500석 미만의 오프 브로드웨이 체험형 뮤지컬이다. 정해진 무대 없이 실제 은행 건물 전체를 배우와 함께 걷는다. 관객은 가면을 쓰고 소지품을 맡긴 뒤 각자 길을 선택한다. 슬립 노 모어를 만든 제작사 이머시브의 신작으로 파우스트 이야기를 대공황 직전 뉴욕 금융가로 옮겼다. 공연은 1930년대 은행 본사였던 20 익스체인지 플레이스에서 펼쳐진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슬립 노 모어가 뉴욕, 상하이에 이어 올여름 서울에 상륙한다. 로컬다운 감도를 느끼고 싶다면 트라이베카 워커 호텔을 추천한다. 과거 리본과 단추 공장을 개조했다. 지하에는 스피크이지 바 '세인트 튜즈데이'가 있다. 파리 재즈 클럽과 1900년대 칵테일 바를 오마주했다. 자정까지 라이브 음악이 흐른다.
뉴욕 100배 즐기는 꿀팁
▷시티패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미국 자연사박물관은 기본 포함. 여기에 록펠러센터 전망대, 자유의 여신상 페리, 9·11 메모리얼 뮤지엄, 서클라인 크루즈, 구겐하임 미술관 중 3곳 선택 가능. 랜드마크를 빠르게 훑을 수 있다.
▷한국인 맞춤 여행사 앳홈트립
공항 픽업·샌딩은 한인택시 '옐로라이드'로 간편하게 해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공식 인증 한국인 도슨트가 안내하는 프리미엄 투어를 운영한다.
[뉴욕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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