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이 주는 메시지는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남다릅니다. 취하고, 그렇지 않고를 떠나 어떤 이에게는 그 한 잔에 인생과 철학, 행복과 슬픔, 사랑과 증오 등을 담으니 말이죠. 그래서 두 사람의 행복을 축하하는 결혼식에서도,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장례식에서도 술은 빠지지 않습니다.

최근 술과 관련한 책 두 권이 세상에 빛을 보고 있는데요. 위스키 전성시대라 부를 만큼 인기를 누리는 위스키에 대한 책과 이제 친숙하리만치 맛도 분위기도 성큼 다가온 사케에 대한 책입니다. 여책저책은 술을 술술 풀어내는 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박병진 | 사계절

30여년 간 IBM 등 국내외 기업에서 임원 및 CEO로 일하며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해 온 사람. ‘위스키, 스틸 영’의 저자 박병진 얘기다. 애주가, 특히 위스키를 애정하는 저자는 사회생활 30여년을 술에 대한 사랑과 함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아예 위스키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세계의 다양한 증류소 취재까지 나섰다. 그가 주목한 것은 그들만의 위스키 제조 기술이 아니라 오랜 역사가 쌓인 ‘이야기’였다. 그래서 증류소를 방문할 때면 로컬 펍에 들러 마을 사람들과 위스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겼다.

위스키의 역사를 좀 더 들여다보면 수도원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위스키’는 ‘신의 물방울’이라는 뜻을 지닌다. 위스키 증류소의 상당수는 깊은 산속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린 브랜드이지만 깊은 산속에서 구도자처럼 묵묵히 위스키를 만들어간다. 유명세 따위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소박하게 위스키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위스키를 대중에게 알리는데 한 걸음 다가서게 했다. 이른바 ‘홈술’ 문화의 중심에 위스키가 자리하게 된 것. 한동안 어두운 밤문화나 퇴폐적 이미지로 여겨졌던 위스키가 어느새 가볍고 맛있고 즐겁게 즐기는 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최근 위스키 관련한 정보찾기가 활발하다. 특히 출판계에 다양한 기획물과 해외 번역서가 연이어 출간하고 있다. 구입 가이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정보를 비롯해 전문적인 지식들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선뜻 이해하기 힘든 맛과 향에 대한 서양식 표현부터 달달 외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수많은 정보들로 가득 차 있다.
저자는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위스키 전문 정보나 위스키 여행을 안내하는 것을 지양했다. 위스키 제조법, 시음, 연도별 특징 같은 내용도 없다. 다만 위스키를 중심으로 한 역사, 정치, 인문, 지리에 대한 문화적 배경을 담았다. 외국인이 홍어의 맛과 향을 이해할 수 없듯이, 우리도 병원 소독약 같은 위스키의 피트 향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는 오랫동안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미국, 일본 등 위스키 증류소를 직접 방문한 이야기를 책 곳곳에 풀어낸다. 오랜 역사와 함께 위스키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며 위스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위스키를 둘러싼 사회·문화·역사를 두루 살핀다. 아울러 술과 함께 해온 인류의 역사 또한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창현(재미사마) | 리코멘드

필명 재미사마로 활동하는, 책 ‘소주 한 잔 사케 일 잔’의 저자 이창현은 18년째 일본에 거주 중이다. 일단 그를 대표하는 직업은 사케 소믈리에. 여기에 니혼슈 검정, 도쿄 시티 가이드와 여행지리 검정, 관광 특산사 자격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에 2년간 사케 관련 칼럼을 기고 중이고, 도쿄 한국인기업연합회의 니혼슈 동호회 간사도 맡고 있다.
한 마디로 팔방미인 급이다. 특히나 사케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지난해까지 1900여 개의 사케를 시음하고, 사케에 관련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며 기록 중이다. 이를 인정받아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의 일본 에디터로 활동하며, 일본 47개 도도부현을 모두 방문했다.

지독한 사케 전문가답게 저자는 책의 타깃을 크게 4가지로 정했다. 사케에 대한 새로운 지적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이나 사케를 ‘아는 맛’에서 ‘아는 척’ 할 수 있는 단계로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이,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술 문화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하고 탐미하고 싶은 이, 마지막으로 친구에게, 연인에게, 상사에게 선물할 술을 고를 때 좋은 선택을 하고 싶은 이를 위해 책을 구성했다.
저자는 사케가 단순한 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울러 자신의 책에 대해 일본의 미학과 철학,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이 어떻게 한 잔에 응축돼 있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사케 안내서라고 소개했다.

이 책은 니혼슈, 정종, 청주 등 사케의 다양한 용어 정의와 차이를 정리하는 것은 물론, 사케의 역사, 양조 과정, 지역별 사케의 특징, 양조장의 숨은 이야기, 사케 브랜드 스토리, 그리고 사케를 더 깊게 즐길 수 있는 페어링 노하우까지 한 권에 담았다.
초보자도 사케의 본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라벨 읽기, 페어링 팁, 지역별 명주 소개 등 실용적인 정보와 함께 사케를 더 깊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또 일본의 각 지역에서 빚어지는 사케가 지닌 독창적인 맛의 비결, 그리고 그에 얽힌 양조장의 철학과 장인 정신에서 사케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다.

저자는 지금껏 알지 못했던, 마시면 마실수록 더 특별한 사케의 세계로 떠날 수 있게 돕는다. 초보자에게는 사케의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안내서로, 애호가에게는 술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하고 음미할 수 있는 선물 같은 기회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