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매처럼 여겼던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의 죽음과 어린 시절 레드룸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킬러로 살아가는 ‘옐레나’(플로렌스 퓨). 유사 아버지였던 ‘레드 가디언’(데이빗 하버)을 찾아가지만 공허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CIA 국장 ‘발렌티나’(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로부터 새로운 미션을 받고 잠입한 실험실에서 한때 캡틴 아메리카였던 ‘존 워커’(와이어트 러셀), 양자 실험의 피해자 ‘고스트’(해나 존-케이먼), 의문의 남자 ‘밥’(루이스 풀먼), 상대의 기술을 모두 복사하는 ‘태스크마스터’(올가 쿠릴렌코)와 만나 싸우게 된다. 그 순간, 실험실의 문이 하나씩 닫히며 발렌티나의 비밀 문서들과 함께 그들 모두 소각될 위기에 처한다. 이들은 그제서야 이 모든 것이 발렌티나의 음모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초능력 없음, 히어로 없음, 포기도 없음’이라는 포스터 속 카피처럼, 기존 MCU에서 활약해온 마블의 안티 히어로들이 총출동한다. 옐레나의 어린 시절, 유소년 축구 클럽 이름에서 따온 ‘썬더볼츠*’엔 그 이름만큼 하찮은 멤버들이 등장한다.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같은 익숙한 마블 캐릭터 대신, 마블에서 스치듯 보았던 마이너한 인물들이 메인으로 등장하는 것. 한때 러시아의 슈퍼솔저로 길러졌지만 지금은 카우치 포테이토 신세인 레드 가디언, 민간인을 죽여 불명예 퇴직한 ‘짝퉁’ 캡틴 아메리카, ‘앤트맨과 와스프’의 빌런 고스트가 그 주인공.

레드룸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옐레나는, 가정폭력에 노출된 마약중독자에서 지구 최강의 힘을 지닌 분노 조절 불능 ‘센트리’로 거듭난 밥을 다시 되돌리려 애쓴다. 서로를 배신하며 반목하던 이들은 각자의 결핍을 보듬으며 점차 ‘유사가족’이 되어간다. ‘블랙 위도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옐레나 벨로바’ 역의 플로렌스 퓨는 ‘썬더볼츠*’에서 단연 돋보이는 연기를 보여준다.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뛰어난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굴곡진 여정을 완벽하게 소화한 세바스찬 스탠이 ‘버키 반즈’ 역으로 다시 돌아와 기대감을 높인다.
에미상 8관왕 ‘성난 사람들’ 이성진 감독이 각본에 참여하고, 함께 작업했던 제이크 슈레이어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캐릭터가 많지만 산만하지 않게 설명하고, 흑역사를 담백하게 풀며, 드라마틱함과 유머까지 챙겼다. 결함을 지닌 존재들이 성장하는 ‘갱생기’는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기 마련이다. 모두 사회적으로 소외된 존재들이고 큰 고통과 상처가 있지만 이 최약체들이 모여 유사 가족이 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마블 버전으로, 전성기 마블이 떠오르는 독한 유머도 눈에 띈다.
각자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마주하며 ‘두 번째 기회’를 향해 가는 ‘오합지졸 어벤져스’의 여정을 힘껏 응원하고 싶어진다. 쿠키영상은 2개다. 러닝타임 127분.

[글 최재민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0호(25.05.20)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