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과 스포츠를 결합한 스포츠 투어리즘이 인기다. 여행지에서 달리는 런트립(Run+trip) 상품도 끊임없이 나온다. 자고로 해외여행이란 살쪄서 돌아오는 기간이 아니었나. 왜 쉬려고 간 여행에서도 땀을 빼는가.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사이판을 주목해보자.
사이판은 러닝부터 골프, 해양스포츠까지 육지와 바다를 넘나들며 다양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섬이다. 매년 마라톤, 사이클 대회, 철인 3종 경기 등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스포츠 투어리즘의 매력을 찾아 사이판에 직접 다녀왔다.
거제도보다 작은 섬 사이판은 공기가 맑고 기온이 온화해 육상 스포츠에 적합하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탁 트인 자연경관이 눈앞에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사이판에서 러닝을 즐기고 싶다면 만세절벽 일대를 추천한다. 만세절벽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에 패한 일본군들이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몸을 던진 곳이다. 이곳에서 시작해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왼편에는 자살절벽, 오른편엔 태평양이 펼쳐진다. 발을 구를 때마다 바뀌는 풍경에 지루할 틈이 없다. 온몸을 움직여 품 안으로 여행지를 끌어안는 감각. 직접 뛰기 전까진 몰랐던 '해외에서 달리는 이유'가 살갗으로 느껴진다.
사이판의 대표 해변 마이크로비치와 아메리칸메모리얼파크에서도 러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국제마라톤이 열린다. 지난 3월 8일 열린 '2025 사이판 마라톤'에서는 배우 유이, 가수 션을 비롯한 한국인 200여 명이 함께 달렸다. 여자 전체 2위를 기록한 김윤진 씨는 "여행지에 와서 달리면 설렘과 긴장이 섞여 여운이 더 깊게 남는다"며 런트립의 매력을 밝혔다.

런트립이 인기를 끌면서 여행업계에서도 다양한 연계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각종 여행사는 사이판 마라톤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으며 이랜드파크 해외 법인 미크로네시아리조트법인(MRI)이 운영하는 켄싱턴호텔 사이판은 오는 30일까지 런&펀 패키지로 러너들의 여행을 적극 지원한다.
사이판은 골프 명소로도 손꼽힌다. 해안가에서 절경을 감상하며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코럴 오션 리조트, 라오라오베이 골프&리조트, 킹피셔 링크스 등 골퍼들의 로망을 채워주는 골프장이 모여 있다.
그중 사이판에서 유일하게 LPGA 투어 공식 규격 18홀 코스를 갖춘 코럴 오션 리조트에서는 코스마다 자연경관의 특색을 즐길 수 있다. 골프장의 랜드마크 7번홀과 14번홀에서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공을 넘기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바다를 헤엄치는 거북이도 볼 수 있다.
"사이판 하면 물색이죠. 날씨와 상관없이 바다색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사이판에서 15년 넘게 가이드를 하는 최준묵 씨의 말처럼 사이판에서 물색을 빼놓을 수 없다. 무려 아홉 가지 단계의 푸른 바다를 보유한 사이판에서는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다양한 수상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사이판의 '에메랄드 빛'은 마나가하섬. 물이 맑고 잔잔해 바다 생명체를 만나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보트를 타고 섬에 입도한 이들은 저마다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바다에 몸을 던진다. 특히 산호초가 많은 섬의 북쪽에 열대어가 많다. 마나가하섬에서는 패러세일링과 바나나보트 등 다양한 액티비티도 체험할 수 있다.

짙은 '사파이어 빛' 바다를 보고 싶다면 그로토가 제격이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석회암 동굴에 입수해 수심 20m 이상의 깊은 바다를 눈에 담아보자. 마나가하섬과 달리 해양생물은 적지만 그로토의 명물은 동굴 아래 세 개 통로로 들어오는 햇빛이다. 햇빛이 만든 푸른빛으로 일렁이는 바다가 신비롭다. 그로토 투어를 진행하는 사이판 어드벤처에 따르면 날이 흐리거나 비가 와도 그로토의 물은 푸른빛을 뿜어낸다.
광활한 바다가 무서운 이들에도 선택지는 있다. 현지인도 자주 찾는 사이판 최대 워터파크를 갖춘 퍼시픽아일랜드클럽 사이판(PIC 사이판)이 그 주인공. 20m 높이의 아찔한 워터 슬라이드 3종을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수중 농구, 인공 서핑 등 40개 이상의 액티비티를 운영하니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물놀이터다.
때로는 녹음이 가득한 자연 위를 달리고, 때로는 푸른 자연 속으로 몸을 던지니 사이판과 한층 더 가까워진다. 발을 구르고 손을 휘저을 때만이 닿을 수 있는 여행지의 속살을 마음 깊이 간직해본다.
[사이판 김지은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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