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서터 지음, 송지선 옮김, 오르트 펴냄
![[사진 = 픽사베이]](https://wimg.mk.co.kr/news/cms/202504/19/news-p.v1.20250418.c41eb17fdf9f4752be33dd5967d5cdac_P1.jpg)
우주여행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 속 얘기가 아니다. 제프 베이조스가 민간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을 설립한 것이 2000년이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인류의 화성 이주를 추진 중이다. 지난 14일엔 팝스타 케이티 페리, 영화 프로듀서 케리앤 플린 등 미국인 여성 6명이 블루오리진을 통해 약 10분간 우주비행을 마치고 귀환했다. 이들이 탄 우주선 ‘뉴 셰퍼드’는 우주의 경계로 불리는 고도 100㎞ ‘카르만 라인’을 넘어갔고, 무중력 상태로 우주에서 지구의 모습을 바라본 뒤 돌아왔다. 지금까지 우주를 여행한 사람은 7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 새까만 어둠 속 고요하고 푸르른 지구 이미지, 유명 인사들의 떠들썩한 무용담 외에 우리가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우주여행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국 우주기업 버진갤럭틱이 판매하는 민간인 우주비행 상품 가격은 1인당 약 45만달러(약 6억4350만원)에 달한다. 아마 우리 중 대다수는 평생 이 거액을 우주비행에 태울 일이 없을 것이다.
진짜 여행의 낭만은 그곳의 흙을 밟고, 대기를 느끼고,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이뤄지는 게 아닐까. 이를 위해 진짜 우주로 독자를 이끄는 지침서가 나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문이자 우주 연구자인 저자는 지구를 떠난 후부터 태양계, 블랙홀, 웜홀 등 우주공간에서의 여정을 가정하며 과학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일반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사건의 지평선 개념 등 그동안 지구의 과학자들이 밝혀낸 최신 지식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거친 우주만큼이나 우주를 설명하는 용어도 낯설긴 하다. 그래도 저자의 문체가 워낙 위트 있는 데다, 천문학자이자 고등과학 교육자인 송지선이 번역을 맡아 한국어 독자를 배려했다.

책 속의 우주여행은 지구에서 바라보는 쏟아질 듯 아름다운 하늘의 별무리와는 거리가 멀다. 저자는 “우주는 위험한 곳”이라고 말한다. 지구의 품에서 벗어나 진공 상태가 된다는 건, 폐 안의 공기가 빠르게 바깥으로 빠져나가 영구적인 폐포 손상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크고 작은 운석과의 충돌 위험, 초신성과 블랙홀, 암흑물질 등 수많은 위협이 실재한다. 우주 여행서가 곧 ‘생존법 가이드’(원제는 ‘우주에서 죽는 법’)가 된 이유다. 그러나 위험한 만큼 경이롭고 숭고한 곳이 또 우주다. 저자는 “우주는 물질과 에너지의 찬란한 색채로 그려진 캔버스”라며 “행성에 발 묶인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건 한정적이므로 우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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