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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성급 특급호텔 시그니엘의 5성 탈락…어떻게 봐야 할까

호텔 롯데 실적 악화와 맞물린 충격적 강등 7년 신라-6년 포시즌스 연속 5성…비결은 리노베이션 중 추천호텔? 포브스 신뢰 의문

  • 권효정
  • 기사입력:2025.03.08 10:21:23
  • 최종수정:2025-03-14 20: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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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롯데 실적 악화와 맞물린 충격적 강등
7년 신라-6년 포시즌스 연속 5성…비결은
리노베이션 중 추천호텔? 포브스 신뢰 의문
시그니엘 서울 외관 / 사진=시그니엘 서울
시그니엘 서울 외관 / 사진=시그니엘 서울

최근 호텔업계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평가 발표로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 여행 전문지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가 지난달 발표한 ‘2025 트래블 가이드’에서 5성을 지킨 곳은 서울신라호텔과 포시즌스 서울 두 곳 뿐이다. 서울신라호텔은 7년, 포시즌스 서울은 6년 연속으로 5성 평가를 받으며 명성을 이어갔다.

조선팰리스는 추천에서 4성으로 상승했고, JW 메리어트 서울과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은 새롭게 추천 호텔 명단에 진입했다.

시그니엘 서울의 강등, 업계의 반응은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5성 지킨 서울신라호텔 / 사진=서울신라호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5성 지킨 서울신라호텔 / 사진=서울신라호텔

주목할 점은 시그니엘 서울의 강등이다. 지난해 4성에서 올해 추천(3성) 수준으로 떨어졌다. 호텔롯데의 실적 부진 발표와 강등 소식이 맞물리면서 업계는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2021년 이후 처음으로 호텔 롯데의 영업이익이 악화됐다. 아직 4분기 실적이 나오진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 호텔 롯데의 호텔사업부 매출액 3729억 원, 영업손익 385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외 여행 수요 변화, 경쟁 심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그니엘 서울은 개관 초기부터 ‘6성급’을 표방하며 국내 럭셔리 호텔로 이름을 알렸다. 6성은 공식 등급에 존재하지 않는 마케팅 용어다. 시그니엘 서울은 신격호 롯데 창업주의 숙원이던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있다.

이번 강등에 업계 관계자들은 “등급이 내려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이례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시그니엘 서울이 포브스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음을 의미하고 시설보다는 전반적인 고객 경험의 변화가 주요 요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운영과 서비스 품질 관리가 실적과 맞물리면서 평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브스 5성 유지한 서울신라호텔과 포시즌스 서울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5성 지킨 포시즌스 호텔 서울 / 사진=포시즌스 호텔 서울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5성 지킨 포시즌스 호텔 서울 / 사진=포시즌스 호텔 서울

5성을 유지한 서울신라호텔 측은 “등급 유지를 위해 부서별 교육담당자와 별도 품질전담 조직을 운영한다”며 “고객 맞춤 서비스와 코로나19 이후 중요해진 청결한 객실 제공을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마이클 슈미드 포시즌스 호텔 서울 총지배인은 “객실, 다이닝, 스파 등 모든 부문에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관리한다”며 “정기적인 내부 점검과 고객 피드백 분석을 실시하며 서비스 세부적인 부분까지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 울린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뭐길래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웹사이트 이미지 / 사진=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웹사이트 이미지 / 사진=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1958년 창간한 럭셔리 여행 평가 전문지다. 매년 전문 조사원들이 전 세계 호텔, 레스토랑, 스파를 900개 항목 기준으로 평가한다.

그럼 ‘여행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와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는 52만 명 이상 독자 투표와 경험을 기반으로 평가한다. 반면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전문 평가단이 익명으로 2박 3일간 호텔에 머물며 직접 서비스(객실, 룸서비스, 피트니스 센터, 컨시어지, 레스토랑)를 평가한다.

평가 기준에도 차이가 있다.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는 여행자 실제 경험과 전반적인 만족도를 우선시하지만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시설(25%)보다 서비스 품질(75%)에 훨씬 높은 비중을 둔다.

등급 체계도 다르다.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는 ‘베스트 리스트’ 형태로 결과를 발표한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5성, 4성, 추천 등 3단계로 구분해 등급을 부여한다.

국내 별점 vs 포브스 : 국가 공인 별점과 글로벌 민간 평가의 간극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 사진=언스플래쉬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 사진=언스플래쉬

한국 호텔 등급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위탁해 관리한다. 국내 호텔은 3년마다 의무적으로 심사를 받아 1~5성급까지 지정한다. 문체부 호텔 등급표지에 따라 별 모양 간판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 김영문 한국관광호텔업협회 부회장은 “포브스는 일개 잡지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나의 매거진이 평가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건 옳지 않은데 미쉐린(미슐랭)에 오르면 맛집이고 나머지는 맛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냐”라며 포브스는 트래블 가이드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두 평가 기준의 차이를 설명하며 “포브스 독자에게 참고하라는 것일 뿐, 등급 평가시 서비스 비중을 높게 둔다”며 “국내 호텔 등급 기준은 여러 나라 사례를 참고해 만들었고 평가 기준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실제 평가를 진행하는 평가원들에게 문제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국내 평가 시스템의 한계점으로 김 부회장은 “전문적인 평가원 풀이 부족하고 평가자 교육과 지속 평가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 대한 투자 부족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포브스 평가에 대한 다른 시각으로, 호텔컨설턴트인 조동욱 한국생산성본부 팀장은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미국에서는 신뢰도가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 정도까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조 팀장은 두 평가 체계의 근본적 차이를 짚으며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여행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주로 평가하는 반면, 국내 호텔 등급은 나라 자체에서 관광 진흥을 위한 것으로 이 차이가 동일 호텔이라도 국내 등급과 국제 평가에서 다른 결과를 받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이번 포브스 발표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며 “작년 7월부터 리노베이션 중인 인터컨티넨탈 코엑스가 추천호텔로 포함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 팀장은 글로벌 호텔 평가 시스템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단일 호텔 등급분류는 없으며 각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다”며 “한국처럼 국가 차원에서 공식 호텔 등급을 분류하는 곳보다 그렇지 않은 국가가 더 많고 업계에서는 객실 가격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호텔 분석 기관인 STR(Smith Travel Research) 자료를 가장 널리 활용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다양한 평가 체계의 공존에 대해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는 “정부 주도의 등급제도보다 다양한 개성의 민간 평가가 더 바람직하다”며 “다양한 관점에서 호텔을 평가하는 민간 기관의 역할이 중요한데 호텔마다 추구하는 가치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평가 기준이 공존할 때 소비자들은 더 폭넓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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