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김성환 작가(49)의 개인전이 내년 3월 3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린다. 국내 국공립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김 작가의 첫 대규모 개인전이다. 작가가 2017년부터 천착해온 다중 연구 연작 '표해록(A Record of Drifting Across the Sea)'을 중심으로 평면과 사진, 디자인, 영상, 설치, 퍼포먼스, 출판물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펼친다.
전시 제목 'Ua a'o 'ia 'o ia e ia(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는 하와이어와 한국어 표음을 병치한 것이다. '그가 그에게 배웠다. 배웠다. 그에 의해 가르침을'이란 뜻이다. 이는 작품의 주된 배경이 된 하와이와 서로 다른 두 문화를 상호 비유하는 작가의 접근 방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김 작가는 20세기 초 하와이를 거쳐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이민자들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앎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표해록' 연작은 하와이 한인 이민자들의 다양한 서사를 조각조각 펼치면서 세대와 젠더,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서로를 잇는 지식에 대해 탐구한다. 이는 하와이와 한국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한인 이민자와 그 자손들의 정체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하와이인 대부분은 소수민족인데 그들 안에 한국인들이 많이 섞여 있다. 한국인의 피가 섞인 이도 많다"며 "하지만 한국 역사가들은 순수한 한국인들에게만 초점을 맞춘다. 그 엇갈린 시선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특히 '표해록'의 신작 비디오 설치 작품 '무제'(2024)는 미완결의 현재 진행형으로 공개된다. 김 작가는 내년 2월 중순부터 3월까지 전시장에 상주하면서 워크숍 등을 진행하며 작품을 완성할 예정이다. 작가의 스튜디오처럼 꾸며진 제2전시실에서 관객은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목격하고 창작 과정에 개입하는 행위자가 된다. 이 역시 김 작가가 의도한 '앎에 대한 고찰'의 일부다. 그는 "전시는 일방적인 발표의 장이 아니라 상대의 눈을 보며 대화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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