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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말레이시아의 재발견과 K패션

현지서 한국 패션 유행 확산
차세대 핵심 거점으로 부상
세분화된 현지화 전략 세워
글로벌 경쟁력 강화 기회로

  • 기사입력:2025.09.21 17:17:03
  • 최종수정:2025-09-21 18: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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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경 글로벌포럼을 계기로 K패션의 미래 전략을 다시 성찰했다. 글로벌 패션 산업이 전례 없는 속도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 패션 산업 역시 새로운 성장 축을 모색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번 포럼에서 확인한 가장 인상적인 사실은 말레이시아가 K패션의 차세대 전략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말레이시아 패션 시장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여성 의류 시장 규모는 약 103억링깃(약 3조원)으로, 전년 대비 25% 성장했다. 2030 여성 소비층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2027년까지 연평균 8% 성장이 예상된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를 중심으로 중산층 소비가 고급화되는 흐름도 보였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와의 지리적 근접성 등 아세안(ASEAN) 패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전략적 이점을 갖추고 있다. 싱가포르를 경유한 글로벌 물류망과 해외 바이어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 K패션 브랜드의 동남아 시장 확장에 최적화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도 기대가 된다.

디지털 전환 속도도 눈에 띈다. 쇼피(Shopee), 라자다(Lazada) 등 이커머스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온라인 유통 비중이 전체 패션 소비의 절반을 넘어섰다. 현지 백화점과 쇼핑몰은 한국 브랜드 중심의 팝업스토어와 체험형 공간을 도입하며 K패션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K패션의 확산을 이끄는 또 하나의 축은 한류 콘텐츠다. 한류를 경험한 말레이시아 소비자의 66.2%가 지난 1년 내 한국 패션 제품을 구매했다고 한다. 한류 기반의 '스타일 동경 소비'가 현지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K드라마 속 스타일링, 아이돌 패션, K뷰티 트렌드는 K패션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기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인종·다문화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세분화된 현지화 전략이 필수적이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플루언서 협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쇼피·라자다 등 현지 플랫폼을 활용한 OMO(Online Merge Offline) 전략 역시 병행해야 한다.

한국패션협회는 K패션의 글로벌 도약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추진하고자 한다. 우선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현지 소비자가 보다 가까이 소통할 수 있도록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과 오프라인 유통사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틱톡 등 SNS 홍보를 확대할 것이다. 다른 산업 분야와 연계한 마케팅 협력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 매년 협회가 개최하고 있는 K패션 수주전시회 '트렌드페어'에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주요 패션 바이어를 초대해 교류와 협력의 기회를 넓힐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K패션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전진기지다. 성장하는 중산층, 강력한 디지털 생태계, 한류 콘텐츠의 영향력, 한국 브랜드에 대한 우호적 인식, 그리고 현지 유통업계의 협력이 결합된 시장이다. 이번 '말레이시아의 재발견'은 K패션이 K컬처의 중심이자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이란 가능성을 충분히 봤다.

[성래은 한국패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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