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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 북극항로 상용화 적극 나서야

러와 통항 제한 협상 나서고
연료·내빙선 등 조건 갖춰서
韓 경제적 실리 놓치지 말길
부산, 세계중심항 부상 기회

  • 기사입력:2025.07.20 17:29:38
  • 최종수정:2025-07-20 19: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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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에 대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류에게 마지막 남은 미지의 항로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었다.

수에즈 운하가 후티 반군에 의해 막히자 컨테이너 선박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돌아서 항해를 했다. 그 결과 유럽으로 가는 선박은 항해 일수가 10일이 늘었다. 늘어난 거리만큼 선박이 부족해지자 운임이 올랐다. 그 대체 수단으로 북극항로가 재조명됐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데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꼭 10일이 단축된다.

유럽이 오늘날 번영한 것은 대항해 시대를 개척해 산업혁명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실어 나를 출발항이 유럽에 있었고 안전한 항로가 상용화됐기 때문이다. 부산항의 최대 라이벌인 싱가포르가 번성하고 부산항보다 유리한 점은 지리적인 위치 때문이다. 유럽으로 가는 선박과 미주로 가는 선박은 모두 싱가포르를 거쳐야 한다. 선박들은 싱가포르에 들러 선박 연료유와 쌀, 부식을 싣는다. 여기저기에서 작은 선박으로 실어 온 컨테이너 화물들을 한꺼번에 대량으로 큰 선박에 옮겨 선적한 뒤 떠나는 곳이기도 하다. 싱가포르가 세계 최대 환적항이라는 의미다.

북극항로가 상용화되면 부산항은 중국, 대만, 일본, 호주, 필리핀 등의 화물이 모여 출발하는 중심항이 된다. 지리적으로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북극 항해를 떠나는 마지막 항이 돼 선박이 기항하게 되므로, 선박 연료유 공급 등 다양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미지의 항로인 북극항로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난관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은 법적 리스크다. 유엔해양법에 따르면 유빙이 있는 지역은 연안국에서 법령으로 선박 통제가 가능하다. 러시아의 통제에 선박 통항이 제한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도록 러시아 측과 협상해야 한다.

극지 운항 선박에 대한 규정인 폴라코드(Polar Code)에 의하면 북극지방에서는 중유를 사용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중유 이외에 오염도가 낮은 연료를 부산항에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항로 상용화는 연중 항해가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겨울철 얼음을 깨고 항해할 수 있도록 두터운 철판으로 처리된 내빙 선박을 투입해야 한다.

폴라코드에 의하면 선박은 유빙의 존재를 상시 알고 있어야 한다. 계속 움직이는 유빙의 존재를 어떻게 우리 선박에 제공할 것인지 해결해야 하는데, 이는 기반 설비에 해당하는 만큼 정부가 인공위성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

북극항로에 존재하는 7m의 얕은 수심 등 연안을 따르는 항로를 정확하게 측정해 우회로를 만들어야 한다. 안전에 대한 위협이 완전 해소돼야 상용화가 가능하다.

과거 유럽 사람들은 지브롤터를 벗어나면 낭떠러지라는 두려움을 떨치고 바다로 나가 대항해 시대를 열어 세계를 제패했다. 당시 조선은 그럴 능력도 식견도 없었다. 오늘날 우리는 내빙선을 건조할 최고의 능력을 갖췄다. 우수한 해기사 선장도 있다. 그리고 북극항로를 개척해 상용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지닌 정부와 지자체들이 있다. 북극항로를 선점해 새로운 세계 질서를 우리가 주도하자.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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