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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회의 약속, 표준이 바꾸는 일상

비상구 표시·호환교통카드 등
전국민 생활 편의 향상에 기여
공모전 통해 아이디어도 발굴
모범 기준 확산에도 속도 낼 것

  • 기사입력:2025.06.19 17:28:48
  • 최종수정:2025.06.19 17: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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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비상구'를 찾는다. 하지만 달리는 사람 그림만 있는 기존 비상대피 유도등은 어느 방향으로 대피해야 할지 순간 판단을 어렵게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 달리는 사람의 방향을 '좌우'로 구분하고 '보조 화살표'를 함께 표시하도록 하는 유도등 표준(KS S ISO 7010)이 만들어졌다.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도등 덕분에 대피 시간은 짧아지고 혼란은 줄어들 수 있다. 작고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표준 하나가 우리 삶을 지키는 기준이 된 것이다.

생활편의 표준은 우리 일상 속 불편을 해소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생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에게는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에는 불필요한 비용과 사고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고령화, 1인 가구 확대,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 등으로 사회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생활편의 표준은 작은 불편을 줄여 결국 더 나은 생활 환경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

이에 국가기술표준원은 수요자인 국민이 실제 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표준을 보급하기 위해 2023년부터 표준화 아이디어를 국민이 직접 제안하도록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으며, 누구나 참여 가능한 온라인 국민투표를 통해 최종 표준화 아이디어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국민들이 제안한 표준화 아이디어 중 '정보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제품 요약설명서 작성 표준화'가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이 아이디어는 고령자나 비숙련 사용자들이 휴대폰·스마트워치 등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자 크기, 분량 및 난이도 등을 고려한 요약설명서 작성 방법을 표준화하자는 것이다. 이외에도 '중고 거래 플랫폼 서비스 표준화' '요양보호 서비스 관리 기준 표준화' '국내 인체치수 반영 휠체어 사이즈 표준화' 등이 국민의 지지를 받아 생활편의 표준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앞으로도 생활편의 표준화 정책을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도록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먼저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생활 불편을 겪었을 때 바로 표준화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상시 채널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제정된 생활편의 표준이 실제 생활에 적용될 수 있도록 초기 표준화 단계부터 법·제도를 담당하는 관계 부처나 관련 기업들과 협력해나갈 것이다. 아울러 생활편의 아이디어 제안·선정뿐만 아니라 표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국민과 소통할 수 있도록 선별된 아이디어가 표준화되는 절차를 국민 생활편의 표준화 누리집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할 예정이다.

생활편의 표준은 일상을 바꾸는 공공 자산이다. 작은 기준 하나가 일상을 좌우하고, 사회 전체의 질서를 세운다. 이러한 표준이 쌓이면 안전하고 편리한 사회는 물론 일상의 신뢰와 지속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생활 속 아이디어를 표준으로 정착시키고, 이를 통해 국민 삶의 질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정책을 고도화시켜 나갈 것이다. 앞으로 국민이 제안하고 함께 만든 표준이 널리 활용·확산돼 모두에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

[김대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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