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주변의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곤 한다. 생각의 꼬리를 물다 보면 다소 깊은 생각에 빠진다.
'나는 누구인가.'
살면서 수없이 스쳐간 물음이다. 어느 날은 밤잠을 설치게 한다. 여든을 넘긴 지금도 여전히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되는 이 질문 앞에서 멈춰 선다. 어떤 날은 이 물음이 어리석게 느껴지고, 때로는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답을 구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주어진 하루에 책임을 다한다.
1960년대 어느 날 회사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책임대표사원'을 맡고 있다. 이 직함을 사용한 지 벌써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회장'이라 부르는 이들이 있다. 그래도 구성원에게만큼은 '책임사원'이라 불린다. 불리는 이름에 큰 힘이 있기에, 단순한 직함이 아닌 '약속'의 의미를 지닌다.
1980년대 후반부터 대한민국 경제는 큰 보폭으로 도약했고, 회사도 따라 성장했다. 채용도 대폭 늘렸다. 공채사원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직접 면접 심사를 했다. 출근한 이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 것도 잠시, 앞으로의 매출을 꾸준히 견인할 일거리를 고민해야 했다.
'이렇게 많은 구성원을 제대로 책임질 수 있나?'
머리가 지끈거릴 쯤 사무실 책상 끝자락에 놓인 명패가 눈에 보였다. '대표'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과 역할을 다시 생각했다. 위에서 결정하는 게 전부는 아니었다. '구성원이 믿고 일할 수 있도록 대표로 책임지는 자리'. 진정성을 담기 위해 직함부터 바꿨다. 구성원이 각자 자리에서 부담 없이 제 몫을 다할 수 있게 책임지겠다는 약속이었다. 그저 '한 끗 차이'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날로 대표와 구성원의 역할을 재정립했다. 조직도 최상단에 있던 대표직함을 지우고, 고객과 현장 구성원의 이름을 나란히 적었다. 호칭은 '여사님'과 '선생님'으로 공식화했다. 기업의 성장과 고객 만족으로 이어질 선순환 구조의 첫 번째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대단히 혁신적인 결과를 기대한 것이 아니다. 여전히 기업문화는 혁신 중이다. 구성원이 더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주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5만3000여 명 구성원 모두가 체감하기까지 갈 길이 멀기에, 오늘도 낯선 질문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지금 우리는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무엇이든 인공지능(AI) 서비스에 검색만 하면 최적의 답변이 제공된다. 편리한 세상에서 '생각'과 '고민'은 불편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진짜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은 빠른 답이 아니라, 치열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생각은 질문을 만들고, 질문은 책임을 깨우며, 책임은 행동을 만든다. 작은 차이가 기업의 성장에 생명력을 더한다. 빛보다 빠른 생각이야말로, 새로운 혁신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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