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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143년 韓美 수교관계 141일 트럼프 정부에 뿌리 흔들리면 안된다

  • 한우람
  • 기사입력:2025.06.09 17:44:55
  • 최종수정:2025-06-09 21: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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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한미 수교 143주년이다. 오랜 수교 역사를 가진 양국은 단 한 차례 국가 간 '전쟁'을 치렀다. 바로 154년 전 6월 10일 강화도 광성보에서 치러진 전투다. 역사는 이를 신미양요로 기록한다. 1871년 6월 10일, 미 해군 함대는 초지진에 상륙한 뒤 광성보로 진격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한지로 만든 '방탄복'을 입고 조총으로 무장한 우리 군은 신식 화기로 무장한 미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어재연 장군을 비롯해 우리 군 240여 명이 전사했고, 100여 명은 바다로 뛰어들어 자결했다. 미군 측 사상자는 10여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6월 11일까지 이어진 우리 군의 처절한 항전에 질린 미군은 결국 같은 날 강화도에서 철군했다.

황당한 것은 신미양요 직후 우리 '정부'의 행태다. '우리가 이겼다'는 정신 승리를 바탕으로 척화비를 세우고 쇄국정책을 이어갔다. 5년 뒤인 1876년 일본과 강화도 조약을 맺고, 그로부터 6년 뒤인 1882년 5월 22일에 미국과 수교 조약을 맺고 나서야 비로소 쇄국정책은 종료됐다. 신미양요 뒤 한미 수교까지 11년이라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후 결과는 모두 다 아는 그대로다.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을 읽지 못하고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조선은 망국의 길을 걸었다.

올해 6월 10일은 지난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141일째 되는 날이다. 그사이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는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간단한 곱셈, 나눗셈으로 만든 비상식적인 산식으로 고율의 관세가 매겨지는가 하면, 대미 투자에 나선 우리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못 주겠다는 일도 벌어졌다. 심지어 반유대주의를 막고 중국인 유학생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비자 발급 절차를 강화해 국내 학생들의 미국 유학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트럼프의 '쇄국정책'은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강대국의 쇄국정책은 여파를 짐작하기 어렵다. 확실한 하나는 한미 관계가 트럼프 때문에 흔들려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143주년 된 한미 관계가 141일 된 대통령에게 휘둘려서야 되겠는가.

한국의 반미 감정이 잦아든 것은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2002년 6월 10일에도 '한미전'이 벌어졌다. 한일월드컵 조별 예선에서의 일이다. 해당 경기에서 후반 42분 안정환의 동점 헤딩골이 터지며 두 나라는 1대1로 비겼다. 안정환은 같은 해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을 앗아간 '앤턴 오노' 세리머니를 선보였고 온 국민은 '국뽕'과 '반미'가 어우러지며 열광했었다.

[한우람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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