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은 전문 수탁법인인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을 운용하며, 가입자는 수익률과 관계없이 법으로 정해진 급여를 받는다. 반면 퇴직연금은 금융기관을 통해 가입자의 계좌에 적립하고, 가입자가 직접 투자 결정을 해 그 결과를 온전히 갖게 된다. 그리고 정부는 가입자의 선택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도록 제도적 지원을 한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이는 적립금 운용의 주체가 사용자인지 근로자인지 또는 전문 수탁법인(근로복지공단)인지에 따라 유형을 달리하는 것이다. DB형은 사용자가 운용하고, 근로자는 수익과 무관하게 미리 정해진 급여를 받는다. DC형은 사용자가 근로자 계좌에 정해진 부담금을 납입하고, 근로자가 운용하며 수익률에 따라 수령액이 달라진다.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은 근로복지공단이 기금을 모아 운용하며, 손익은 DC형처럼 근로자에게 돌아간다. 결국 운용 손익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가입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운용수익의 기본 원리는 고위험·고수익이다. 장기투자가 보장되지 않으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적극적 투자가 어렵다. 더구나 본인의 노후자금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퇴직연금이 예금 중심의 보수적 운용에 머물러 수익률이 낮은 이유이다. 혹자는 퇴직연금을 국민연금공단이 운용하면 저절로 수익률이 올라갈 것으로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두 연금의 구조와 투자 기간에 큰 차이가 있어 같은 포트폴리오로 운용될 수가 없다.
국민연금은 '일부 적립, 일부 부과' 방식이며 최소 10년 적립에 만 60세 이후가 돼야 지급이 개시돼 적립과 수급규모가 예측가능하며 장기투자와 위험분산이 된다.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사업장을 옮길 때마다 계좌가 새로 만들어져 장기적인 운용이 어렵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때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까닭이다.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은 상호 보완관계이다. 1층 국민연금,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이 각 층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의 노후를 지탱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고령화와 공적연금 위기를 경험한 연금 선진국이 퇴직연금을 통해 이를 완화했듯이, 우리 역시 퇴직연금을 강화해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할 때이다. 최근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위한 전문가 자문단을 출범시킨 것이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선진국과 달리 후불임금의 법적 성격을 가진 퇴직금에서 시작했고, 중도인출과 중도해지가 잦아 제도 개선에 고려할 요소가 많다. 아무쪼록 수익률을 높이면서 근로자의 장기투자와 연금 수령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김경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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