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기계화가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지금 인공지능(AI) 혁명은 정신노동을 대체한다. 데이터가 커지자 큰 컴퓨팅 파워에 힘입어 초거대 모형과 결합되면서 여기저기에서 큰일들을 내고 있다. 음성, 영상, 텍스트 등 각종 디지털 자료가 모두 데이터가 된다. "데이터, 데이터, 데이터", 명탐정 셜록 홈스의 외침이다. 데이터는 결합될수록 큰 가치를 창출한다. 빅데이터·AI 시대를 맞아 새 정부는 실증에 기반을 둔 국정 운영, 창의적 교육과 직업훈련, 국가 통계데이터처 설립부터 추진해야 한다.
첫째, 실증에 입각한 국정 운영을 하려면 국가 통계 데이터와 AI를 결합해야 한다. 증거 없이 증거 기반의 정책은 없다. 위기든 기회든 측정돼야 관리된다. 성장 추세 반전, 연금개혁, 인구절벽, 고용·물가 등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제반의 경제·사회 문제는 상호 연결돼 있다. 연립방정식 문제를 풀기에 개별 부처만으로는 힘에 부친다. 여러 부처가 협력해야 보다 나은 해법을 찾게 된다. 포용적 성장지표, 사회통합지표, 가계부채 통계,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 탄소 제로 등도 데이터 연계와 활용 없이는 제대로 된 통계를 내기 어렵다. 부처 간 데이터 칸막이는 증거 기반 정책의 정착을 가로막고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훼손한다.
둘째, 디지털 대전환 시대엔 기술 발전 속도가 가속화하는 만큼 인적자본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과거 환경 변화 속도가 느리던 때, 개개의 경제주체는 정규교육만으로 상당 부분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노동시장에 진입했다. 지금은 기존 지식의 감가상각이 빠르고 새로운 지식이 몰려온다. 우리 청년이 대학 졸업장 하나로 급변하는 노동시장에서 살아남기는 어렵다. 항시적 교육과 재교육, 직업훈련이 이어져야 한다. 지난 9년간 서울대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AI 고급 직업훈련 모형을 개발하고 있다. 새 정부는 이러한 인적자본 개발 모형을 더욱 발전시키고 전국적으로, 또 전 연령층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셋째, 데이터는 삶의 흔적이고, 통계는 그 정리된 기록이다. 국가 통계는 수치로 적은 또 하나의 역사다. 분권화된 우리나라 국가 통계 체계하에서 예산 집행과 성과 측정의 권한이 부처별로 통합돼 있다. 집행 부처별로 스스로의 통계를 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정책도 집행하고 부동산 가격 측정도 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아픈 기억을 잊지 말자. 역사를 제대로 쓰고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집행과 측정의 분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독립적인 국가 통계 데이터 거버넌스가 절실하다. 조선왕조실록이 왜 왕권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기록되고 관리됐는지를 생각해보라. 현 기획재정부의 외청인 통계청을 통계데이터처로 독립시키자. AI·빅데이터 시대에 꼭 필요한 정부 조직 개편이다.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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