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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천에 우주항공 영재고 설립해야

우주항공청 문 연 경남 사천
KAI·국립창원대 이미 갖춰져
관련 산업 발전할 여건 조성
영재학교 설립 인력도 키워야

  • 기사입력:2025.05.20 17:42:43
  • 최종수정:2025.05.20 17: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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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툴루즈는 인구 50만명 규모의 중형 도시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인 우주항공 산업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에어로스페이스 밸리'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870여 개 우주항공 관련 기업과 연구소가 밀집해 7만70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툴루즈 지역총생산은 약 590억유로로 프랑스에서 여섯째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한다.

툴루즈가 우주항공 산업 메카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더불어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노력 덕분이다. 이 도시는 4개 대학과 10개 엔지니어링 스쿨, 7개 고등교육기관을 통해 매년 우수한 우주항공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특히 고등항공우주학교(ISAE-SUPAERO)와 국립항공대학(ENAC) 등 특화된 교육기관이 글로벌 우주항공 기업인 에어버스와 함께 교육·연구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기술혁신을 이끌고 있다.

한국도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항공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사천이 있다. 지난해 5월 정부는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개청하고 우주항공 분야의 연구개발부터 산업 육성 정책까지 전담하는 기관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주요 우주항공 기업이 밀집한 사천은 산업 여건이 툴루즈와 유사하지만 지역 내 고급 인재를 육성하는 체계는 아직 미비하다. 다행히 사천시도 인재 양성을 위한 기초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우주항공 교육발전특구로 지정된 사천시는 국립창원대 사천우주항공캠퍼스를 유치해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국립창원대는 '경남창원특성화과학원' 구축을 통해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사천우주항공캠퍼스의 교육·연구 기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해 발행한 '2022년 기술 수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우주항공 기술은 미국 대비 45~65% 수준으로 10~15년의 기술 격차를 보인다. 특히 발사체와 우주탐사 분야의 기초연구는 여전히 취약한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 특화 영재학교 설립이 필수적이다.

사천에 '우주항공 과학영재학교'가 설립된다면 우주항공 과학영재고(고등학생), 국립창원대 우주항공공학부(대학생), 국립창원대 전문대학원(대학원생)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인재 양성 체계가 완성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우주항공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시장에서 기술 자립을 앞당기는 중요한 발판이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업계, 학계가 힘을 모아 사천을 대한민국의 '우주항공 수도'로 성장시키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의 미래 인재들이 사천에서 날개를 펴고 세계로 비상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오택현 국립창원대 우주항공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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