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바이트생이 그만둬 공석이 발생했다.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그 빈자리까지 채워서 근무를 더 하고 싶다고 하는데, 그것을 허락하지 못하고 고민에 빠져 있는 내 모습이 참 답답하다. 숙련된 기존 인력의 근무시간을 늘리는 것을, 사장인 나는 왜 주저하고 있을까?
최근 카페, 베이커리 매장 채용공고들을 둘러보면 주 5일 근무하는 정식 직원 채용공고가 많이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제는 주 2일 근무를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고, 요일에 따라 다수의 매장에 번갈아 출근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왜 일어난 것일까?
먼저 살펴볼 것은 주 15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무자에게는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고, 4대보험 납부 부담도 없다는 사실이다. 원래는 하루 단위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를 염두에 둔 예외적인 노동의 규율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자영업자들의 일반적인 고용 방식으로 선택되고 있다.
과거 최저임금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시절에는 주휴수당까지 다 챙겨줘도 장사만 어느 정도 되면 그 이익으로 부담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채용한 직원이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처우가 좋은 매장은 주 15시간을 넘든 넘지 않든 주휴수당을 일률적으로 합산해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었고, 반대로 일부 매장은 주 15시간을 넘더라도 주휴수당 개념 없이 시간당 시급만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이처럼 주당 며칠이든 몇 시간이든 별다른 제한 없이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직원이 하나뿐인 작은 매장들도 주 5일 근무하는 정식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변화는 아이러니하게도 근로자 보호 강화와 함께 일어났다. 소규모 개인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강조되면서 단속이 강화되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건비가 큰 부담으로 인식되면서 법을 준수하면서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고용 방식인 소위 알바 쪼개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장들도 이런 고용 방식이 대세가 되면서 하나둘 적응해갔다. 시간이 갈수록 주 5일을 근무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쉽게 찾기 어려운 귀한 직장이 돼버렸다.
알바 쪼개기를 선택하는 고용주들은 과연 탐욕스럽고 사악한 사람들일까.
자영업 시장의 현실을 보면 선의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매일매일 자영업자들이 망해 나간다는 뉴스가 나와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뛰어들면서 무한경쟁의 전쟁터가 펼쳐지고 있다. 물론 스스로 원해서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상당수는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해서, 자신의 생산성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기에 그 어디에서도 고용되지 못해서 창업으로 자신을 고용하는 사람들이다. 퇴출되면 생계에 문제가 생기는 영세한 매장들이라 큰 이윤을 남기지 못하면서도 아르바이트생 한 명 없이 사장 혼자, 또는 가족들이 다 매달려 운영하는 매장이 태반이고, 설사 직원을 고용해도 주 15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만 고용해 인건비를 절감하는 매장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이런 인건비 제로의 매장들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선의를 가진다고 한들 주휴수당을 지급하고, 퇴직금을 지급하고, 4대보험료까지 부담하면서 살아남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겠나. 그래도 제법 잘되는 매장을 운영하는 나조차도 정상적인 고용 방식만으로는 매장 유지를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
정부 정책은 물길의 방향을 바꾸는 것과 같아서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의로 시행되는 정책에 맞서 규제를 회피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이 사회적으로도 좋은 선택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아쉽다는 생각이다.
[강준모 베이커리 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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