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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학의 경영과 사회] 기업과 정치적 올바름의 함정

성소수자 등 강조한 PC주의
보통의 미국인 거부감 불러
나이키·디즈니 등 매출 폭락
신념 비즈니스 생명력 짧아
고객 원하는 제품 만들어야
기업도 전쟁서 이길 수 있어

  • 기사입력:2025.04.28 17:43:07
  • 최종수정:2025.04.28 17: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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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전 세계가 시끄럽다. 대부분 미국 선거가 팽팽한 접전이라고 예측했는데, 트럼프는 예상을 뒤엎고 경합지역에서 압승한 바 있다.

그런데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할 만한 조짐이 기업계에서는 선거 전 나타났다. 디즈니와 나이키의 사례다. 201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LGBT라고 부르는 성소수자, 이민자, 소수인종 등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움직임이 크게 대두됐다. 예를 들면 '남녀의 화장실 구분을 없애자'는 등의 주장이다. 이런 움직임을 '정치적 올바름(polical correctness·PC주의)', 또는 '정치적으로 깨어 있다'는 의미로 '워키즘(wokeism)'이라고 한다. 특히 민주당에서 PC주의의 실천에 적극 나섰다.

디즈니가 이런 조류에 앞장서면서 다양한 인종을 대표하는 배우를 고용한다는 의미로 배우를 인종별로 나눠 캐스팅하다가, 흑인 인어공주와 라틴계 백설공주도 등장했다. 줄거리와 상관없는 동성애 장면을 만화영화에 포함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은 평균적 미국인들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아이와 함께 극장을 방문한 관객은 아이가 재미있어 하고 꿈을 심어주는 영화를 보고 싶어 한다. 아이에게 PC 교육을 하고자 극장에 온 것이 아니다. 영화가 계속 실패하면서 비판이 커지자 주가가 폭락했다. 그러자 PC주의에 앞장서던 CEO가 쫓겨나고 과거 디즈니 황금기를 이끌었던 밥 아이거가 2024년 현역으로 복귀했다. 그는 그동안 PC주의 메시지 전달을 우선시한 점을 반성하고 '앞으로 관객들이 즐거워할 영화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 이후 디즈니는 PC주의에서 한 발을 뺐다. 옛날로 돌아간 것이다.

나이키는 은퇴한 미식축구(NFL) 선수 콜린 캐퍼닉을 광고 모델로 고용했다. 그는 백인 경찰의 흑인 시위에 대한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합 전 미국 국가를 부르지 않고 한쪽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해 유명해진 선수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애국심이 없다고 그를 비난해 큰 논란이 발생했다. 이 선수를 모델로 고용하고 그의 이름을 딴 신발을 발매하자 반트럼프 성향 사람과 PC주의자들이 이 제품을 하나씩 구입했으므로 매출이 상승했다. 부당한 행위에 대항하는 자발적 저항을 말하는 용어 보이콧과 반대라는 의미로 이런 현상을 바이콧(buycott) 이라고 부른다. '돈줄 낸다'라는 말과 유사한 의미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자 나이키의 매출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과잉진압에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PC주의 관련 논란이 계속되면 피곤해진다. 그래서 논란의 대상이 된 회사 제품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캐퍼닉의 행동에 반대하는 사람도 나이키 제품을 구입하지 않으니 매출이 떨어졌을 것이다. PC주의와 다르다고 일본에선 일본 문화를 비하하는 광고, 한국에선 한국 남성을 비하한다고 볼 수 있는 광고를 했다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2021년 최고점 대비 나이키 주가는 현재 반 토막이 났다. 이런 행동은 기업 스스로 시장을 좁히는 자해행위다. 이러는 사이 PC주의에서 한 발 물러서 있던 경쟁사 아디다스나 아식스가 큰 덕을 봤다.

즉 PC주의에 대한 평균적인 미국인들의 반발을 보면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가 예상됐다고 볼 수 있다. 디즈니나 나이키의 예를 보면, PC주의나 정치적 신념 전파에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치열한 기업전쟁에서 장기적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비결임을 알 수 있다. 즉 기업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명심해야 한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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