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에 우박이 떨어지고, 산불이 크게 나고, 성난 여름은 올해 더 길어질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환경법규와 윤리적인 행동 실천이라는 큰 간극 사이에서 편리와 편의 쪽으로 길들여지는 것이 보통의 사람인지라 환경위기시계, 지구온난화, 탄소 배출, 미세플라스틱, 그리고 미세먼지와 같은 단어에 점점 무감각해지며 '개개인'의 윤리적 행동 실천에는 무기력한 체념이 생겨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이제 사용된 뒤 버려지는, 즉 우리 손을 떠난 플라스틱을 포함한 폐기물 처리는 개인의 영역이 아닌, 대규모 투자와 정책 그리고 선진 기술을 적용하는 서비스 산업에 그 자리를 내어줄 때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선진 기술은 늘 미래를 개척해야 했고, 대규모 투자는 항상 그곳을 향해 이루어졌다. 우리가 지나간 자리를 치우고 처리하는 필수 산업의 기술 개발은 늘 뒷전이었다. 순환경제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플라스틱의 '수거-이송-분류-재활용·소각' 각 단계가 수직계열화가 돼야만 이전 공정의 산출물이 후공정의 원재료가 돼 물질과 열원으로서 가치를 창조하게 되는데, 대규모 투자가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다.
어느 곳에나 위치한 폐기물센터, 쓰레기 집하장과 같은 단어들의 단상이 아주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정말 수많은 분이 묵묵히 역할을 해오신 덕에 여지껏 우리의 환경은 잘 관리돼 왔다. 그렇기 때문에 빌 게이츠가 20년 이상 장기 성공 투자 중인 3대 종목으로 미국의 WM(Waste Management·미국의 1위 쓰레기 처리 업체)이 거론될 때마다 한국 투자자들은 놀랄 수밖에 없다. WM의 창업 연도인 1968년 당시 미국의 쓰레기 처리 산업은 오래된 소규모 영세기업의 형태였지만, WM은 과감한 산업 기술 적용을 통해 규모의 경제와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재활용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미국의 쓰레기 처리에 각종 인공지능(AI) 쓰레기 분류 장비와 거점 이송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소각을 통한 열에너지로 친환경 재생에너지 시장에도 진출했다. 소규모 폐기물 처리업에서 하나의 전국구 산업군, 즉 지속가능한 환경 서비스 산업으로 발전한 것이다.
생산자는 재활용이 용이한 플라스틱을 우선 공급해야 하고, 소비자는 '인생 반려 플라스틱'의 개념으로 사용하며, 그 처리는 전문적인 환경기업이 플라스틱 순환 생태계가 되도록 그 역할을 확대할 때다. 가볍고 싼 플라스틱이지만, 소비자의 손을 떠난 플라스틱의 문제는 버겁고 비싸다. 그리고 어쩌면 인류가 사라져도 남아 있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인간이 머문 자리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이제 사람의 손이 아니라, 기술이 돼야 한다. 예상보다 빨리 올 것이다. 플라스틱을 더 아름답게 재활용하는 서비스를 골라 가입하고, K환경 산업을 수출하는 그날이.
[정중규 ReNA리에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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