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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한국이 딥시크에 배울 점

  • 기사입력:2025.02.02 17:42:05
  • 최종수정:2025-02-02 23: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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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딥시크(DeepSeek) R1이 세계를 충격에 빠트리고 있다. 인공지능(AI) 개발은 천문학적 개발 비용이 필요한 승자독식 게임으로 인식됐는데, 갑자기 낮은 성능의 반도체 칩, 적은 전기 소모와 기존의 10% 이하 비용으로도 가능하게 됐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도 그 성능에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미국이 고성능 반도체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것도 소용이 없었고, 수천억 달러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미국 빅테크들만의 경쟁이라는 인식도 무너졌다. 충격은 엔비디아 등 반도체 제조 회사, 지멘스 등 전기장비 회사 등의 주가 급락으로 연결되고 AI 모델 위에서 다양한 앱을 제공할 회사들에는 기회가 되는 등 기업의 역할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의혹과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기존 모델로부터 데이터를 침탈했을 가능성과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에 대해 오픈AI 등 경쟁사와 한국 등 국가 기관들이 조사를 시작했다.

한국도 딥시크 현상이 뭘 의미하는지와 교훈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다. 개발 비용이 대폭 낮아짐으로써 미·중 간 경쟁과 기업 간 경쟁 구도가 바뀔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사용자들이 낮은 비용에 더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것은 긍정적이다. 다른 국가의 기업들도 더 낮은 컴퓨팅 파워와 비용으로 개발을 추진할 여지가 생겼다.

챗GPT나 제미나이(Gemini)는 개발사가 소스코드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 독점적 방식인 데 반해, 딥시크는 누구나 소스코드를 사용할 수 있게 공개한 오픈소스 방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의 중국과 달리 오픈소스 방식을 취한 구체적 이유와 배경은 모르겠지만, 누구나 AI 소스코드를 활용하도록 한 점은 모두를 위한 진전으로 생각된다. 한국의 기업과 자본도 새로운 확장성을 얻기 위해 오픈소스 방식을 적극 고려하면 좋겠다.

딥시크는 펀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중국 정부가 연구나 자금을 지원한 것도 아니다.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이 '지난 30년간 서구의 개발은 독창적인 데 비해 중국은 모방하는 추종자의 위치였다'는 쓴소리를 하면서 더 이상 모방에 그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본받을 만하다. 아쉽지만 우리는 대형 AI 모델의 개발을 주도하기에는 기술력, 자본력, 정책 지원이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회에 블록체인과 AI 등 디지털화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해 개선 방안을 뼈아프게 고민해야 한다.

신기술은 혁신 효과를 주지만 위험도 초래할 수 있는데, 한국은 위험 억제에만 큰 비중을 두고 전반적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취해 왔다. 엄청난 데이터를 기초로 AI 모델을 만들거나 그를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등에 대해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사업을 발전시키기가 너무 어렵다. 해외의 대형 모델을 활용한 개발과 서비스에 힘써야 하겠지만, 제대로 성공한 모델도 개발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럽연합(EU)에 이어 고영향 AI 사업자에 대한 위험관리체계 수립 의무 등을 규정한 인공지능기본법부터 만든 것은 산업 지원 및 육성보다 규제에만 너무 치우친 게 아닌지 깊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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