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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경주 유감

  • 서진우
  • 기사입력:2025.08.08 17:26:46
  • 최종수정:2025-08-08 17: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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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에 경주를 다녀왔다. 즐비한 가게 대략 5~6곳 중 1곳은 경주빵 아니면 찰보리빵을 팔았다. 저마다 '본점'이라고 내세워서 어디가 진짜 본점인지 알 수 없었다. 첨성대와 대릉원 옆 그 유명한 '황리단길'에도 사정은 마찬가지. 빵집 아니면 카페였다.

지나는 외국인이 어눌한 한국말로 '경주빵 본점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묻기에 '아이 돈 노'라고 답했다. 정말 몰랐다, 어디가 본점인지. 경주에서의 음식 기억은 오직 경주빵뿐이다. 그 획일성이 아쉬웠다.

문화재의 기억은 강렬했다. 비록 사진 촬영은 금지돼 있었지만 토함산 자락 깊은 곳에 보석처럼 숨은 석굴암은 천년고도 경주의 우아한 자태를 잘 드러냈다. 불국사는 또 어떠한가. 보물 대웅전 앞에 국보 석가탑(불국사 삼층석탑)과 다보탑이 오롯이 자리했다. 불국사 앞 연화교와 칠보교 역시 국보다운 면모로 그 특유의 아치형 받침을 뽐냈다. 국립경주박물관엔 금관 유물을 비롯해 온갖 철제 칼(다 부식되긴 했지만)과 토기들이 가득했다. 볼거리가 꽤 많았다. 아이도 신기해하며 봤다. 온 가족이 눈을 굴려 가며 보기 바빴다.

하나 든 궁금증. 외국이었으면 당연히 유료였을 불국사 출입이나 석굴암 관람, 경주박물관과 첨성대 입장이 모두 무료였다. 외국인을 비롯해 내국인까지 이 공짜 관람에 넘쳐났다. 반면 그닥 볼 것 없이 초라한 포석정이나 진품 유물은 거의 없는 천마총 등은 유료 입장이었다. 뭔가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풍겼다.

무료 관람, 공짜 체험에 불평 있을 사람 누가 있으랴. 하지만 무료일 법한 곳이 유료로, 당연히 유료일 줄 알았던 곳이 무료라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다시 봐도 유난히 큰 다보탑과 절제미의 극치인 석가탑을 무료로 볼 수 있어 좋았지만 이 훌륭한 문화재를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무료 관람으로 넘쳐나니 감사함보다는 아쉬움이 컸다.

무료 관람에는 그만큼 대가가 따른다. 보존이 힘들다. 재고가 필요하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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