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우위지만…‘샤이 보수’ 만만치 않다 [신율의 정치 읽기]

대선일이 가까워지면서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대선일 기준 1주일 전까지만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시기에 여론조사 발표가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선거일 기준 D-20일 전후에 실시된 여론조사는 선거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대선을 살펴보면, D-20 전후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선거 결과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현재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 역시 향후 선거 결과를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여론조사 추이는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을까?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5월 13일과 14일 양일간,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친 7명의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할지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전국 18세 이상 1001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5.8%,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38.8%, 이준석 후보가 9.2%로 나타났다. 이재명, 김문수 두 후보 격차는 약 7%포인트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실시된 전화 면접 방식 여론조사 결과는 이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전국 지표조사(NBS: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49%, 김문수 후보 27%, 이준석 후보 7%로 나타났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22%포인트였다. 같은 시기 조사라도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전화 면접 여론조사는 면접원이 직접 질문을 던지고 응답자가 답하는 방식이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응답자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5회에서 7회까지 전화 통화를 재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접촉 방식으로 인해, 무당층이나 중도층 응답률은 ARS 방식보다 높다. 따라서 평시에는 여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전화 면접 여론조사는 유리한 도구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선거 시즌에는 이런 장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중도나 무당층이 많이 포착된다는 것은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이 많이 응답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한다.
첫째, 이들은 정치적 고관여층에 비해 실제 투표장에 가지 않을 확률이 높다. 둘째, 정치에 대한 관심이 낮기 때문에 여론 흐름에 쉽게 휩쓸릴 수 있다. 이로 인해 지지 후보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는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는 후보를 선호한다고 답할 확률이 높다. 1위 후보가 언론 노출 빈도가 높을 뿐 아니라, 집단 심리에 입각한 동조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셋째, 전화 면접 조사 특성상 응답자가 자신의 정치 성향을 밝히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응답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와 관련, 지난 미국 대선을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여론조사는 해리스 우세 또는 해리스와 트럼프 박빙을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트럼프가 압승을 거뒀다. 이는 ‘더 이상 샤이 트럼프는 없다’라는 주장과는 달리 여전히 ‘샤이 트럼프’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샤이’ 계층은 전화 면접 조사에서 잘 포착되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은 정치 분야에서 ARS 조사를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샤이’ 또는 ‘셰임’ 층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ARS 방식 여론조사도 존재하기 때문에, 전화 면접 조사와의 비교를 통해 ‘샤이’ 혹은 ‘셰임’ 유권자의 존재를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ARS 조사는 기계음에 대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람과 대면하는 불편함이 없고, 그로 인해 ‘부끄럽다’거나 ‘창피함’을 덜 느껴 솔직한 응답이 더 많아질 수 있다. 또한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의하면 ARS 응답자들은 응답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이는 이들이 정치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고,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가 이미 결정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곧 ARS 조사에 응답하는 층이 정치적 고관여층이며, 실제 투표 참여율도 높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큰 문제는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선거일에 임박해 실시되는 ARS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선거 결과와 유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현재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이재명 후보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갤럽 조사처럼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 격차가 ‘상당히’ 크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여론조사 공정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양 후보 간 격차가 7%포인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민의힘 탈당으로 인해 김문수 후보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 있는 분석이라 보기 어렵다. 민주당은 선거 구도를 ‘내란 옹호 세력’ 대 ‘헌정 질서 수호 세력’이라는 틀로 만들려 노력해왔다. 이를 ‘인격체’로 환치하면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로 요약된다.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탈당하며 백의종군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여전히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결과적으로는 민주당이 설정한 선거 구도를 오히려 강화시킬 수 있다. 탈당 시점도 너무 늦었다. 선거가 본격적으로 막판에 접어든 시점에 탈당한 만큼, 반전의 계기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현재 유권자 이념 지형을 보면 보수 진영이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 한국갤럽의 4월 마지막 주 정례 여론조사(4월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의 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보수적’ 성향이 31%, ‘중도+성향 유보’가 43%, ‘진보적’이 26%로 나타났다. 보수 우위 이념 지형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샤이 보수’ 혹은 ‘셰임 보수’가 있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보수 우위 구도가 유지된다는 것은 매우 특징적이다.
그렇기에 보수 유권자가 얼마나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 그리고 ‘샤이’ 또는 ‘셰임’ 보수가 얼마나 실제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가에 따라 대선판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앞서 언급한 17대 대선을 제외하고는 후보 간 득표율 격차가 매우 크지는 않았다. 대선은 진영 대결 구도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선포라는 엄청난 사건에도 과연 진영 대결 구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1호 (2025.05.28~2025.06.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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