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들과 가진 저녁 자리에서 화두는 단연 SKT 유심 해킹이었다. 유심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복제폰이 가능하네, 아니네와 같은 토론을 거쳐 누군가 스마트폰에서 유심을 꺼내는 장면이 화룡점정으로 연출됐다. 집에 가는 길, 우리 모두 전문가가 돼 있었다.
이런 일은 꽤 자주 있었다. 황우석 사태가 터졌을 때, 줄기세포와 체세포 복제를 공부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고 대한민국 상공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을 때도 그랬다. 라돈 침대가 등장하면서 '방사성'과 '방사능'의 차이가 무엇인지부터 '시버트'라는 단위까지 알아야 했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다. 이번엔 헌법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어디까지고, 탄핵소추안이 어떻게 발의되는지 알게 됐다.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KT 아현지사,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를 경험하며 식사 자리에서 클라우드 서버, 백업망에 대해 입에 침 튀기며 토론할 수 있는 국민이 됐다. '계엄령'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밤을 보내기도 했다. 밤잠을 설쳐가며 뉴스를 확인했다. 이쯤 되면 내 몸이 상황실이 돼버린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다는데 믿기지 않는다. '이슈의 나라'라면 모를까.
한국에서만 이런 일이 유독 많은 건 아닐 것이다. 땅덩이가 좁고, 한번 사건이 터지면 퍼지는 속도가 남다르다. 규모는 작아도 파장은 크고, 영향력은 깊다. 그래서인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 많다. 안 그러면 위험한 것 같고 뒤처지는 것 같다.
전문가가 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유식해지는 기분에 우쭐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자꾸 타의에 의해서, 사건에 의해서, 피해자가 돼 전문가가 되는 건 지치는 일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단 며칠만이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침 뉴스에서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메인으로 나오고 저녁 뉴스에는 오늘 하루 귀여운 아가들이 많이 태어났다는 둥 행복한 소식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고 싶다. 한국 국민은 요즘 너무 피곤하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런 일은 꽤 자주 있었다. 황우석 사태가 터졌을 때, 줄기세포와 체세포 복제를 공부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고 대한민국 상공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을 때도 그랬다. 라돈 침대가 등장하면서 '방사성'과 '방사능'의 차이가 무엇인지부터 '시버트'라는 단위까지 알아야 했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다. 이번엔 헌법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어디까지고, 탄핵소추안이 어떻게 발의되는지 알게 됐다.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KT 아현지사,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를 경험하며 식사 자리에서 클라우드 서버, 백업망에 대해 입에 침 튀기며 토론할 수 있는 국민이 됐다. '계엄령'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밤을 보내기도 했다. 밤잠을 설쳐가며 뉴스를 확인했다. 이쯤 되면 내 몸이 상황실이 돼버린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다는데 믿기지 않는다. '이슈의 나라'라면 모를까.
한국에서만 이런 일이 유독 많은 건 아닐 것이다. 땅덩이가 좁고, 한번 사건이 터지면 퍼지는 속도가 남다르다. 규모는 작아도 파장은 크고, 영향력은 깊다. 그래서인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 많다. 안 그러면 위험한 것 같고 뒤처지는 것 같다.
전문가가 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유식해지는 기분에 우쭐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자꾸 타의에 의해서, 사건에 의해서, 피해자가 돼 전문가가 되는 건 지치는 일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단 며칠만이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침 뉴스에서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메인으로 나오고 저녁 뉴스에는 오늘 하루 귀여운 아가들이 많이 태어났다는 둥 행복한 소식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고 싶다. 한국 국민은 요즘 너무 피곤하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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