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흉악범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해” 사형 집행을 대선 공약으로 앞세웠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사형을 시킨다고 사회의 각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자신을 ‘사형 폐지주의자’라고 밝혔다.
사형제만큼 찬반이 확연하게 나뉘는 제도도 드물다. 우리나라는 형법 제41조에서 형벌의 종류로 사형이 명시돼 있지만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끝으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1996년과 2010년 두 번에 걸쳐 사형제 합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사형 선고를 피하려는 경향 때문인지 2015년 이후 사형 확정판결조차 없는 상태다.
현재 사형수는 59명이다. 아직도 사람들 기억에 생생한 유영철(20명 살해), 강호순(10명 살해), 정두영(9명 살해)을 비롯한 59명의 사형수가 목숨을 뺏은 피해자 수는 207명이라고 한다. 사형수에게 들어가는 연간 수용비는 18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세계적으로 1500건 이상 사형이 집행됐다. 이마저 해마다 수천 건 사형을 집행하는 중국이나 베트남, 북한의 통계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이 중 25건은 미국에서 집행됐고, 일본 역시 미국과 함께 사형 집행 국가로 분류된다. 2000년 이후 일본에서 형이 집행된 사형수는 총 98명이며, 현재 130명의 미집행 사형수가 있다고 전해진다. 일본은 결과의 중대성을 중시하여 4명 이상 살해하면 원칙적으로 사형이 선고되는 경향이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고의로 방화를 저지른 후, 대피하는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한 안인득이 심신미약으로 무기징역 판결을 받은 것과는 비교된다.
사형 반대론의 주된 논거는 사형제가 범죄를 막는 데 효과가 없고, 정부는 사형수일지라도 생명권을 존중해 끝까지 교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의 오판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사형제 찬성 측은 피해자 유족의 감정에 비중을 두고 사회정의 구현에 주목한다. 흉악범 인권은 존중하면서 죄 없는 피해자의 생명권은 누구도 보장하지 않음에 분노한다. 사적 복수가 금지된 상황에서 범죄 예방 효과가 있든 없든 국가는 흉악범을 처벌해 피해자와 유족의 원통함을 달래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지다. 재판의 오판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리마다 있는 CCTV와 DNA 분석 같은 첨단 기법으로 정확한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반론한다.
사형제 유지 국가와는 경제협력을 안 하겠다는 유럽연합(EU)과 사형제 폐지를 권고하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UNCAT)의 압력에 대해서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일본 사례를 들어 사형 집행 중지 명분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작년에 방영된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는 법망을 교묘하게 벗어나는 악독한 범죄자를 악마가 빙의된 판사 개인이 직접 사형을 집행한다는 설정으로 꽤 인기가 높았다. 오죽하면 판타지 드라마에 많은 이들이 희열을 느꼈을까 싶다. 2022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9%가 사형제 유지에 찬성한다.
법의 권위와 실효성을 고려한다면 사형이 선고되면 집행도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유명무실화된 사형제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검토할 만하다. 무기징역 20년 뒤 가석방으로 출소한 흉악범의 재범만큼은 최소한 막아야 하지 않을까.

[장지호 사이버한국외국어대 총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7호 (2025.04.30~2025.05.06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