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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정부조직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환경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탈바꿈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행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일 공식 출범식에서 “기후-에너지-환경정책 간 시너지를 높여 나가겠다”고 했다.

한국보다 앞서 환경과 에너지 분야를 통합한 에스토니아의 기후부 전현직 장관들은 “부처의 명칭이나 제도적 형태보다, 정책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말하는 연속성의 핵심은 소비자와 기업이 만들어나가는 ‘시장 원칙’에 있었다.

환경을 생각하면서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을까. 에스토니아는 이 명제에 먼저 도전해 본 나라다. 2023년 7월 환경과 에너지 분야를 통합하여 기후부를 출범했다. 그러나 업무 부담이 많아지고,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은 끝에, 올해 3월부터 2인 장관 체제로 바뀌었다.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안드레스 수트 에스토니아 기후부 장관은 매경과의 인터뷰에서 “기후 문제는 명확한 리더십과 정치적 결단이 중요한 분야”라며 “재생에너지 같은 기술 혁신에 투자를 촉진하고 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직전 기후부 장관이었던 요코 알렌더 전 장관(현 의회 환경위원장) 역시 “중요한 건 제도보다 국민들의 관심과 정치적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부처를 통합하거나 나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고,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과 불편함을 구체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 문제에 직면하면서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태양광과 그린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같은 클린테크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러시아산 에너지로부터 독립하고 화석연료 비중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에너지원을 도입하려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곧 발표될 ‘에너지 발전 계획 2035’에 따르면 에스토니아는 2035년부터 SMR도 본격적으로 에너지원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에스토니아는 지금까지 대형 원전을 운영해본 적이 없지만, SMR은 다른 나라보다 앞서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알렌더 전 장관은 “지속가능하면서도 시장에 적합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며 “안보적인 면을 고려해 SMR이 에스토니아 상황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에스토니아는 시장의 가치를 믿는다”며 “국민과 기업이 정하는 시장 원칙에 따라 에너지 정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스토니아는 시장 원칙을 존중하기 위해 에너지 발전 계획도 민간 분야와 적극 협의해서 만들어간다. SMR의 경우, 관련 업체인 페르미 에네르기아와 소통하고 있다. 수트 장관은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에너지 시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고, 정부는 유연하게 뒷받침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민간 기업의 역할도 크다. 에스토니아 클린테크협회에 따르면, 2019년 약 711억 원 수준이었던 클린테크 분야의 민간 투자액은 5년 만에 6배 증가해 지난해 약 4266억 원을 기록했다.

에스토니아는 인구가 130만 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나라이지만,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엘코젠 등 여러 기업이 기후·에너지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에스토니아의 혁신 친화적인 제도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초로 전자영주권 제도를 도입해 실제 거주하지 않아도 에스토니아에 법인을 세우는 등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

덕분에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이 10개에 달하며,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의 총 매출액은 3조 원을 넘었다.

수트 장관은 “클린테크 분야 산업과 기술력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D)와 인재를 유치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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