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칩스법을 통해 고성능컴퓨팅(HPC) 인프라스트럭처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으며,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이 메모리 내 연산 구조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일본은 국립 이화학연구소(RIKEN)와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 연구를 지원하고, 중국은 CXL 유사 기술과 PIM 관련 메모리 구조를 자국 내에서 독자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이 CXL, SoCAMM, PIM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명시적 연구개발(R&D) 지원이나 산업 전략은 미비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들은 CXL과 같은 차세대 기술로 무게중심을 점점 옮겨갈 것"이라며 "차세대 기술로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정 지원과 함께 생태계 조성 등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의달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존재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만·일본·미국은 국가 차원의 지원으로 기술 주도권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며 "칩4 체제가 칩3 체제로 재편되는 점도 한국 반도체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정학보다 기술 패권이 더 중요해진 지금, 한국 정부도 단순히 기업에 '잘하라'거나 규제 완화와 세액 공제만 반복할 게 아니라 고부가가치 메모리 분야에 사활을 걸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창환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가 풀뿌리 연구개발과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기초연구 지원과 실습 중심 인력 양성 체계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승주 기자 /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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