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한 인도에 이어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을 직접 찾아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미·중 패권 경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LG는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신흥국을 새로운 공급망과 소비 시장 중심축으로 삼아 글로벌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9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배터리 합작 기업인 HLI그린파워 공장을 방문했다.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 있는 이 공장은 연간 10G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는 핵심 거점이다. 지난해 4월 양산을 시작한 뒤 4개월 만에 수율 96%를 돌파하며 빠르게 안정화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구 회장은 주요 생산라인을 점검하며 "경쟁사와 다른 LG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직접 생산된 배터리셀에 '미래 모빌리티의 심장이 되길 기원합니다'라는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자 니켈 매장량과 채굴량 1위 국가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또 구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가전 밸류체인 전반도 직접 챙겼다. 그는 LG전자 찌비뚱 생산법인과 연구개발(R&D) 법인, 현지 유통매장을 찾아 생산·개발·판매로 이어지는 현지 완결형 체계를 점검했다.

LG전자는 찌비뚱 법인에선 TV·모니터·사이니지를, 인근 땅그랑에선 냉장고와 에어컨을 생산하고 있다. 2023년엔 찌비뚱 인근에 R&D 법인을 새로 설립해 제품 기획부터 생산까지 현지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을 확대했다.

구 회장은 TV 무인 생산설비를 살펴보고 인도네시아가 LG의 글로벌 R&D 운영 전략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직접 점검했다.

LG그룹은 올해 초부터 주요 계열사의 중장기 투자 계획과 전략을 직접 점검하는 현장 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구 회장이 올해 2월 인도, 6월에는 인도네시아를 각각 방문한 가운데 최근 LG 경영진도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그룹 핵심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투자 현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사업 타당성과 글로벌 수요 변화에 대한 점검을 이어 가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LG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과 맞물려 실행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의 거점 확대는 LG의 공급망 재편과 미래 수요 대응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다.

글로벌 사우스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신흥국 중심의 경제블록으로, 인구 증가와 빠른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새로운 소비·생산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구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현재의 격화되고 있는 경쟁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 뒤에는 어떤 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전략 마련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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