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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왜 소통하지 않는가?

  • 정양범
  • 기사입력:2025.06.09 11:48:53
  • 최종수정:2025.06.09 11: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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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답이다

A회사의 경영회의는 사회자와 CEO의 발언만 있다. CEO가 회의장에 들어오면 사회자가 개회를 알린다. 토의 주제가 별도 정해진 것이 없다. 8명의 본부장이 돌아가며 주간 실적과 계획에 대해 발표한다. 아무도 질문이 없다. 분위기를 보며 정해진 순서에 의해 발표만 하면 된다. CEO가 중간에 궁금한 점을 질문한다. 해당 본부장이 답변한다. 질문 내용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거나 모르는 경우, 별도 보고를 한다고 한다. 모든 본부장의 발표가 끝나면 사회자가 CEO 말씀을 듣겠다고 한다. CEO는 전사 과제의 추진 현황, 환경 변화, 함께 고민할 이슈 등에 대해 간략한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의견을 말해달라고 한다. 모두 침묵을 지킨다. 각 본부의 주간 업무 실적과 계획, CEO의 요청에도 아무런 질문이나 답변이 없다. 당연히 경영회의에 타 부서에 대한 제언, 주제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없다. CEO도 이러한 침묵의 분위기에 익숙한 듯, 답변이 없으면 일방적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회의를 마치자고 한다. 경영회의에서 집단 지성으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경우는 없다. 이런 경영회의를 왜 하는가? 왜 본부장들은 침묵으로 일괄하는 것인가?

회의 시 소통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 말을 했을 때, 불이익(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

- 자신의 일이 아니면 나서지 말고 튀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고착된 조직 문화

- 회의 주제와 내용에 대해 몰라서

많은 기업에서 소통을 힘들어하며 열린 소통이 되길 희망한다. 소통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소통이 잘된다는 회사는 적다. 왜 소통이 안되는 것일까?

① 상사의 일방적인 결정, 지시 등의 리더십이다. 모든 것을 상사가 결정한다. 직원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린다.

② 상대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중요한 과제를 수행하는데 상대의 원하는 수준이나 니즈, 직무의 지식/경험/성숙도에 대한 이해, 상대의 성격 등에 대한 이해 없이 소통하는 경우이다.

③ 직 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상대에 대한 선입견이다. 대면 보고를 좋아하는 상사인데, 시간 낭비를 싫어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좋아한다는 선입견으로 전자 결제 또는 서류 결재 방법을 택하는 경우이다.

④ 일과 사람에 대한 선호도이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사람에 대해서는 매우 우호적이지만, 싫어하는 일과 사람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꺼려하는 경우이다.

소통이 안되는 경우, 단순히 안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성장이나 성과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주며, 조직과 구성원 전체에 전염시키기 때문에 방치할 수 없는 과제이다.

어떻게 소통을 활성화할 것인가?

소통이 잘되는 회사를 살피면, 여러 특징이 있다. 읽고 있는 책 ‘파워풀’에서도 넷플릭스의 성장의 비결은 사람 + 소통이다. 도전에 대한 소통, 솔직함, 격렬한 토론을 이 책에서 강조한다.

소통을 잘하는 기업의 특징을 5가지로 살펴보았다.

첫째, CEO의 철학과 원칙이 반영된 리더십이다. CEO부터 열린 소통을 해야 한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시장, 고객, 조직 현장을 누비며,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반영한 결정을 내린다. 모든 회의에서 발표자의 발언을 충분히 경청한 후 의사결정을 한다. 주 1회 이상의 구성원과의 소통 채널을 통한 직간접 대화를 한다면 소통이 안될 수가 없다.

둘째, 회사의 사업과 경영 현황에 대한 임직원의 이해이다. 직장인으로 자신이 속한 회사의 사업, 경영 여건을 모르고 생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업의 본질과 밸류 체인, 시장과 고객의 인식과 동향, 경영 현황, 향후 전략에 대한 전 구성원의 이해는 한 방향 정렬의 기본 중 기본이다.

셋째, 심리적 안정감을 기반으로 한 조직 분위기 구축이다. 우리 회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열린 소통을 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문화 구축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넷째, 소통 활성화를 위한 회사의 그라운드 룰이다. 소통의 저해 요인 또는 소통 활성화를 위해 DO, Don’t의 입장에서 5~7개 정도의 그라운드 룰을 만들어 이것은 반드시 실천하도록 내재화하고 체질화 하는 것이다.

다섯째, 회사의 소통 수준에 대한 점검과 피드백이다. 매년 소통 진단을 통해 추이를 분석하고, 잘하는 부서와 대상, 못하는 조직과 대상을 구분하여 유형별 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 진단, 컨설팅, 교육, 인정과 칭찬, 보상 등의 여러 제도와 연계하여 일관성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중요성에 부합하도록 시간, 노력, 비용을 더 쏟아 가치를 창출하고 성과를 더 높여 지속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소통의 활성화는 회사의 지속 성장과 성과 창출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과제이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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