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남을 괴롭혀야 즐겁다니… 퇴사 유발하는 '사디스트' [김경일의 CEO 심리학]

  • 기사입력:2025.06.04 16:10:54
  • 최종수정:2025-06-04 16:51:23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사진설명
살아가다 보면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간에 짓궂은 사람을 종종 만나게 된다. 물론 이들 모두가 나쁜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을 필자도 잘 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난 후에 그 사람들의 언행으로부터 시작된 사건이나 폐해가 유난히 심각해진 일들을 목격하곤 한다. 얼마 전에도 짓궂은 농담을 즐겨 하는 모 기업의 간부 사원 한 명이 알고 보니 꽤 오랜 기간 직원들의 퇴사를 유발한 결정적 인물이었다는 것이 밝혀져 해당 기업에서 인사 조치를 취한 경우를 보며 이런 문제가 어디서든 꽤나 심각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의 상당수가 자신의 직장 상사들이나 리더들에게는 그런 느낌을 거의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더욱 교묘하다는 느낌이 들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시오패스와는 종류가 좀 다른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럴 경우 심리학자들 중 상당수는 일상적 사디즘(everyday sadism)을 떠올린다. 일상적 사디즘은 다른 사람이나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거나 목격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성격 특성을 말한다. 일부에서는 왜곡된 성적 취향에 국한해 연결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사디스트' 혹은 '가학적 성향'으로 불리는 이 성격은 일상적인 생활에서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 게다가 일상적 사디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나 조직 내에서 테러나 강력 범죄 등 눈에 띌 만한 충격적 사건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그보다는 자신에게 정당해 보이는 권한이나 권리가 주어질 때 상대방에게 매우 심각한 괴롭힘을 매우 적극적으로 행한다는 것이다.

캐나다 위니펙대학 심리학과 교수이자 어둠의 성격 연구소 소장인 에린 버클스(Erin Buckels)는 기존에 자주 언급되던 어둠의 성격 세 종류인 사이코패스, 권모술수(마키아벨리즘), 자기애적 나르시시즘에 이 일상적 사디즘 유형을 추가했다. 버클스 교수는 사람들에게 화장실 청소, 벌레 죽이기, 차가운 것 참아내기 등 하기 싫은 세 종류의 일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일상적 사디즘이 강한 사람들은 매우 높은 비율로 벌레 죽이기, 즉 살생 과제를 선택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다른 사람들은 하기 싫어하는 이 과제를 일상적 사디스트들은 그 자체를 즐겼다고 후술하더라는 것이다.

이는 사람을 무참히 해치거나 살해하는 사이코패스나 타인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소시오패스와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경고한다. 사이코패스는 관심을 끌거나 통제하려는 수단으로 괴롭히고 무감각하고 충동적인 범죄로 자주 이어진다.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죄의식 없이 타인을 이용한다. 반면, 사디스트는 고통을 주며 즐거워하고 반복적인 형태를 보인다. 매우 계획적이며 범죄 직전에서 멈추고 일상적인 괴롭힘에 오히려 더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이들은 매우 짓궂은 사람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이 계획적으로 괴롭힘을 준비하고 그 결과에 이죽거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한 번쯤 강하게 의심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고통을 무시하는 범죄자보다 어찌 보면 더 나쁜 고통을 즐기는 일상생활의 빌런들이기 때문이다.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필자 역시 항상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까 늘 조심한다. 짓궂은 언행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하는데도 즐거워하면서 멈추지 않는 자는 매우 위험한 사람이다. 이들을 멈추지 않으면 조직은 매우 심각하게 병들어가기 때문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