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경제활력 높일 전략 절실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 개혁
노동시장 경직성 혁신도 필요
中企 현실 맞게 주52시간 개선
과도한 상속·증여세 개편해야
![[사진 = 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6/04/news-p.v1.20250604.10d2854545ad44b8b541d5a98387d790_P1.jpg)
새로 출범할 정부에 대해 경제계가 “민간 경제 활력을 되살릴 수 있는 산업정책이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호소했다. 진영논리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초당적 기조에 따라 인공지능(AI), 에너지, 항공우주, 스타트업을 비롯한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계는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을 ‘생기를 잃어가는 거목’으로 진단했다. 고령화·저출생에 따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글로벌 보호주역주의가 촉발한 공급망 재편, AI 기술 혁명을 비롯한 새로운 산업구조 전환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정부 주도의 성장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새 정부에선 민간의 활력을 복원하고 새로운 성장 산업을 키워주는 전략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을 옥죄는 규제와 노동 시장의 경직성부터 혁신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경제단체들은 미래 ‘성장 엔진’이 될 AI를 국가 미래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특히 ‘3+3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AI 인프라스트럭처·AI 모델·산업 응용(AIX)이라는 3대 밸류체인과 전력·데이터·인재로 대표되는 3대 핵심 투입 요소 간 선순환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다.

재계는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상의는 AI 특화 데이터센터에 한해 계통영향평가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데이터센터 건립 시 필수 절차인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소요 기간이 길고 승인 기준이 불확실해 기업 투자를 지연시키는 주된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AI 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역 거점 특구를 지정하고, AI데이터센터(AIDC)를 유치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규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을 제공하자는 제언을 내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항공우주, 로봇, 바이오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는 해당 산업들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제 지원, 보조금, 인프라 우선 배정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경협은 “로봇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기술 기업 인수·합병(M&A) 시 세제를 감면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유럽연합(EU)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고 있는 만큼 민관 공동 대응 전략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CBAM) 같은 무역장벽에 대한 민관 협상 체계 강화를 주문했다.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급망을 다각화하기 위해 자원 부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핵심 광물·소재 수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EU 시장에도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사우스를 비롯한 신흥 시장 개척을 위해 현지 맞춤형 수출을 지원하고 금융 보증도 확대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 시장 유연화와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정년 연장보다는 재고용 중심의 고용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총은 “정년을 연장할 때 기업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청년 고용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며 “정년 연장보다 고령자 재고용을 활성화시켜야 하고, 연공서열식 임금 체계도 성과와 직무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법적 불확실성 해소 역시 중요한 개선 과제다. 경총은 “기업이 예방 조치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현 구조는 불합리하다”며 “중대재해법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처벌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식으로 대응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기 업계에서는 새 정부 핵심 중기 정책으로 △중소기업 현실에 맞는 주52시간 근무제 개선 △AI 팩토리 구축을 통한 제조강국 실현 △중소기업협동조합 협의요청권 도입 △중소상공인 특화 T커머스 채널 신설을 제시한다.
중소기업계에서는 노사 자율적인 근로시간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노사 합의 시 연장 근로 관리 단위를 ‘주·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한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은 작업 시간이 곧 생산성인 상황에서 경직적 주52시간제로 인해 생산·투자 차질 등 기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새 정부에서 연장 근로 관리 단위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중기 정책을 내기 위해 거버넌스 자체를 중소기업 친화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추 본부장은 “804만 중소기업인과의 원활한 소통과 현장 기반 정책 설계를 위해서는 중소기업계 의견을 들어 장관을 지명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대통령 직속 중소제조업 혁신전환 위원회를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새 정부가 △기업승계 원활화 △근로자 가처분 소득 증대 △규제 개혁 △무역·통상 대응 강화 △중견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한다.
한국의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0%, 할증평가까지 적용하면 최고 6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중견련 관계자는 “기업들은 국내 상증세제로 인해 손쉽게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돼 있는데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중견련은 상속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6%) 수준으로 인하하거나 상속 재산 처분 시 과세하는 자본이득세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중견련은 근로자의 실질소득을 증대하기 위해 소득세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고 8800만원 초과 구간의 과세표준을 상향할 것도 주장한다. 또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를 막기 위해 의원 입법에 대한 규제영향평가제를 도입하고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디지털 전환·AI·탄소중립 지원과 금융·세제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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