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요금제 개선 조건으로 사건 종결 수순
EU는 메타·애플에 거액 과징금

광고 없이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에 ‘유튜브 뮤직’을 같이 연결해 판매한 구글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마무리 절차에 들어갔다. 구글이 유튜브 뮤직을 뺀 프리미엄 요금제를 만드는 조건으로 혐의를 더 살피지 않고 2년 넘게 이어온 조사가 끝나게 됐다.
22일 공정위는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구글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동의 의결이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던 사업자가 스스로 마련한 시정 방안을 공정위가 받아들이면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없이 신속하게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이 광고 없이 유튜브 동영상을 보려면 반드시 구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함께 구독해야 했다. 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에 유튜브 뮤직을 합쳐 하나의 상품으로 판매해 왔기 때문이다. 유튜브 뮤직 단독 상품은 있었지만 광고 없는 동영상의 경우 한국에선 단독으로 팔지 않았다.
공정위는 구글이 이렇게 유튜브 뮤직을 끼워 팔면서 국내 음원 시장 경쟁력을 손쉽게 확보한 것으로 보고 2023년 2월부터 해당 사건을 들여다봐 왔다. 모바일 앱 데이터 분석 기업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유튜브 뮤직 월간 사용자는 979만명으로 국산 음원 플랫폼인 멜론(601만명)과 지니뮤직(260만명), 플로(176만명)를 압도했다. 유튜브 뮤직은 2021년만 해도 이용자가 403만명으로 멜론(689만명)보다 적었으나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가 급증하며 2년 만인 2023년 멜론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원하는 서비스 하나만 이용하고 싶어도 비싼 요금을 내야 했다는 점도 문제였다. 한국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는 월 1만4900원이다. 미국에서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월 13.99달러(약 1만9000원)에, 뮤직을 뺀 프리미엄 라이트를 월 7.99달러(약 1만1000원)에 구독할 수 있다.
이번에 공정위가 수용한 구글 자진시정안에는 유튜브 뮤직을 뺀 프리미엄 요금제를 출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등 9개국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등의 이름으로 운영 중인 요금제를 국내에 도입하게 된다. 구체적인 가격과 서비스는 약 한 달간 공정위와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구글은 또 300억원 상당을 투입해 소비자 후생을 높이고 국내 아티스트 등을 지원하는 데 쓴다고도 했다.
공정위는 이렇게 만들어진 자진시정안을 심의해 사건을 종결할지 결정하게 된다. 다만 동의의결 절차가 개시되면 최종 심의까지 쭉 통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실상 사건 종결 단계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소비자가 누릴 이익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제재 절차를 밟게 되면 소송 등으로 시간이 오래 걸려 구글 지배력이 더 공고화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문식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끼워팔기 사건은 시정명령보다 동의의결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시정명령을 통해서는 새로 출시될 서비스 가격과 내용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결정이 지나치게 ‘유화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연합(EU) 등 해외 경쟁당국은 미국 빅테크에 훨씬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애플에는 외부 결제 사이트로 연결되는 경로를 막았다는 이유로 5억유로(약 7806억원), 메타에는 서비스 이용료를 내지 않은 페이스북 이용자에게 광고 목적 데이터 수집에 동의하도록 사실상 강제했다며 2억유로(약 31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편 공정위 결정이 미국발 통상전쟁에서 미국과의 갈등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한국의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미 빅테크 규제와 제재를 꼽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공정위가 소송전에 돌입하는 대신 갈등을 피하는 방안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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