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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내용 이해 안되면 자기 입으로 말해봐야 [김경일의 CEO 심리학]

  • 기사입력:2025.05.21 16:16:49
  • 최종수정:2025.05.21 16: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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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이런 경영자나 리더들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부하 직원이나 팔로어들이 보고하는 내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이다. 내용의 당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내용 자체 말이다. 그리고 이런 불편 혹은 불쾌한 경험이 계속될수록 '요즘 젊은 친구들은 말을 조리 있게 할 줄 모른단 말이야!' 혹은 '도무지 말을 제대로 하는 직원이 없다'는 식의 푸념으로 이어진다. 이는 결국 자신의 조직에 있는 구성원들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지며 불신을 팽배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귀착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최근에 국한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사실 이런 장면은 1980년대 후반에 방영됐던 오피스 드라마 'TV 손자병법'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수시로 나온다. 수백 년 전 기록에도 흔하게 나왔던 탄식이다. 그러니 굳이 2025년이라는 요즘을 탓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보고하는 사람의 말주변만 탓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런 불통에는 또 다른 사람의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늘 그만큼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보고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있는 리더라는 사람이다.

즉 듣는 사람이 이해를 위해 해야 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청자가 무언가를 들었을 때(혹은 보거나 읽었을 때) 그 내용을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에게(혹은 스스로라고 가정될 수 있는 제3자에게) 설명해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두고 인지심리학자들은 새로운 것을 학습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른바 '바람직한 어려움'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방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불편하고 성가시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현상들을 최근 미국 위스콘신대의 심리학자 스타브 아티르(Stav Atir) 교수 연구진이 밝혀냈다.

아티르 교수 연구진은 GPS와 같은 장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와 같은 복잡한 주제에 대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학습하게 했다. 그 결과 자신이 본 자료를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사람들이 자료를 반복적으로 검토하는 사람들보다 이후 테스트에서 더 나은 성적을 거둔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테스트를 준비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방법과 지속적인 검토 방법을 직접 선택하게 했더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를 선택하더라는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후속 실험에서 자료 검토를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강제적으로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방법을 취하도록 했더니 이들의 점수도 확연하게 상승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학습해야 하는 내용이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운 것일수록 더욱 분명하게 관찰됐다. 이러한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인간은 무언가를 입력(검토 혹은 청취)할 때보다 출력(설명)할 때 자신의 뇌에 더 강하고 의미 있는 신호를 주게 된다. 따라서 무언가를 들은 리더는 자신의 입으로 그것을 설명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티르 교수 연구진은 이렇게 자신에게 설명하는 것이 이해도를 높이고 시간도 가장 절약되는 방법이라는 것을 잘 설명하는 조언을 곁들여 참가자를 설득하고 이 방법을 취하도록 한 경우에는 효과가 극대화되는 현상도 발견했다. 즉 리더 자신도 실천하게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그 필요성을 늘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소통이 되고 동상이몽하지 않는 원활한 조직은 같은 내용을 여러 사람이 듣고 말하는 행위를 기꺼이 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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