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1.2兆 인수제의 반 뒤 첫 인터뷰
연내 레니게이드 데이터센터 상용 목표
엔비디아 AI반도체 과점 현상 꺨 것
AI산업은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생존
스케일업 위한 자본 생태계 마련돼야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 본사 사옥 서버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AI반도체 레니게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충우 기자]](https://wimg.mk.co.kr/news/cms/202505/21/news-p.v1.20250519.283e75f1616e42bea203fe5fbacd3b0d_P1.jpg)
“대한민국의 인공지능(AI) 벤처·스타트업 역량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충분해요. 중요한 것은 이들 스타트업의 성장(스케일업)을 도울 모험자본이 탄탄히 받쳐줘야 한다는 겁니다.”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 ‘퓨리오사AI’의 창업자인 백준호 대표는 19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AI 반도체 경쟁력은 고급 인력에서 나오는데 그에 걸맞은 연구개발(R&D) 인재를 적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모험자본이 탄탄히 받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지난 3월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의 8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 성장을 결정한 뒤 처음으로 언론과 만나 속내를 털어놨다.
백 대표는 “엔비디아가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퓨리오사AI는 ‘레니게이드(RNGD)’로 당장 올해 말부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본사 서버실로 안내했다. 서버실에는 수많은 냉각팬이 굉음과 함께 돌아가며, 퓨리오사AI의 두 번째 AI 반도체 레니게이드를 탑재한 서버노드 수십 개가 뿜어내는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레니게이드는 FP8 기준으로 512테라플롭스(TeraFLOPS)의 연산 성능을 갖고 있다. 1초당 512조회의 부동소수점을 연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부동소수점은 1.23×10²처럼 숫자를 지수를 통해 표현한 것이다.
최근 퓨리오사AI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는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사로 입회했다. 백 대표는 “국내에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벤처·스타트업이 많다”며 “보다 나은 벤처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LG AI연구원,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등이 레니게이드를 테스트하고 있는데 상용화는 언제 가능한가.
▶현재 몇 곳에서 온프레미스(기업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용) 방식으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레니게이드를 실제 서비스 운영 도구로 채택할지는 고객사의 선택이다. 확실한 것은 퓨리오사AI가 세계 최고 수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구동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몇 안 되는 회사라는 것이다. 올 해 말부터 레니게이드가 고객사의 데이터센터에서 실제 AI 프로세스를 가동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87%를 엔비디아가 장악하는 등 ‘엔비디아 생태계’가 너무 굳건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인 뒤 삼성전자가 갤럭시를 내놓으면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나누지 않았나. 엔비디아 생태계에 주눅 들 필요가 없다. 기업 특성에 따라 AI 반도체에 요구되는 기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레니게이드 성능은 엔비디아의 ‘L40S’(733테라플롭스)보다 낮지만, 전력 소모량이 150W로 엔비디아 L40S(350W)보다 훨씬 적다. 최근 퓨리오사AI가 가입한 울트라엑셀러레이팅(UA) 링크 컨소시엄도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시장 독주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 생태계다.(UA 링크에는 아마존웹서비스, AMD, 인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애플 등이 참여하고 있다.)
―AI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AI는 글로벌 단위로 경쟁을 해야 한다. 주목할 것은 AI 분야에서 끊임없이 혁신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오픈AI, 앤트로픽이나 중국 딥시크처럼 지금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기업은 대부분 스타트업이다. 이들과 경쟁하려면 한국도 벤처·스타트업이 AI 생태계를 주도해야 한다. 그러려면 모험자본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국내 벤처·스타트업 투자 환경은 어떤가.
▶2017년 창업 이후 시리즈C까지 1650억원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800억원 규모 C브리지라운드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벤처·스타트업에 ‘스케일업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에 국내 모험자본이 충분한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모험자본 비율은 0.26%로 미국(1.1%)이나 이스라엘(1.7%)보다 턱없이 낮다. 모험자본이라는 건 리스크를 지면서 새로운 성장 영역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돈인데, 혁신 기술을 가진 벤처·스타트업에 과감하고 빠르게 투자가 이뤄져야 혁신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 AI 시대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근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사로 가입했는데.
▶지난 2월 벤처기업협회장에 취임한 송병준 회장과 고향(대구)이 같고, 서울대 전자공학과 선후배 사이다. 송 회장이 입회 제의를 해왔고, 벤처기업협회가 1995년 설립된 이후 30년간 한국 벤처·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해온 대표 단체라서 가입했다. K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게 부회장사로서 적극 활동하겠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 본사 사옥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AI반도체 레니게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충우 기자]](https://wimg.mk.co.kr/news/cms/202505/21/news-p.v1.20250519.ab791de92f9b44ef956f9949db580f0e_P1.jpg)